지난달 전국 월세 가격이 3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매매·전세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3대 지표로 꼽히는 월세마저 내림세로 전환한 것이다. 전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고금리로 인한 ‘월세 선호 현상’에도 불구하고 하락 반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전국 주택 가격은 조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월세, 3년4개월 만에 하락 전환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포함) 월세 가격은 전월 대비 0.11% 떨어졌다. 순수·반월세, 반전세가 포함된 이 지수가 마이너스를 나타낸 건 2019년 10월(-0.01%) 이후 37개월 만이다.월세 시장의 약세는 모든 지역에서 나타났다. 수도권은 10월 0.06%에서 지난달 -0.21%, 지방은 0.05%에서 -0.03%로 하락 전환했다. 월세가 고공행진하던 서울도 0.04% 빠졌다. 서울 월세가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0.30%), 인천(-0.28%) 등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의 월세 내림세도 두드러졌다.
월세 하락 전환은 전세 시장의 역대급 내림세 때문이다. 수도권은 금리 인상 부담과 입주물량 증가가 겹치면서 지난 2월부터 10개월 연속 전셋값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전세 가격 변동률은 -2.18%로, 전국 평균(-1.55%)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도 전셋값 급락 지역에서 월세 동반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 월세 물건은 현재 중개업소에 최저가 기준 보증금 1억원, 월세 325만원에 나와 있다. 이는 최근 실거래가(보증금 1억원, 월세 400만원)를 크게 밑도는 가격이다. 리센츠 전용 84㎡ 전셋값은 올초까지 17억5000만원(지난 2월, 최고가)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전세 보증금이 10억원 이하 수준이다. 최근 6개월 새 전세 보증금이 8억원 가까이 떨어진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월세도 약보합세다. 보증금 1억원, 월세 55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 물건은 현재 보증금 1억원에 520만원 월세로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 가격 하락폭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 월세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월세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봤다. 현재 전·월세 전환비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금리)은 아파트 기준 연 4.8%로 아직 전세자금대출 금리(상단 연 7%대)보다 낮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국내 월세 시장은 주로 보증금이 많이 낀 ‘반전세’ 형태이기 때문에 큰 폭으로 전셋값이 떨어진 지역에서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전세가 역대 최대 낙폭 경신
지난달 전국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1.37% 떨어졌다. 10월 낙폭(-0.77%)의 두 배 수준이자 부동산원이 월간 단위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수도권(-1.77%)과 지방(-1.01%), 서울(-1.34%) 모두 낙폭이 확대됐다.주간 시세도 매주 최대 낙폭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달 둘째주(12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2012년 5월 주간 시세 조사 이후 최대폭인 0.64%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값도 0.65% 떨어져 29주 연속 하락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대 상승폭이 월간 기준 1.5%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추가 낙폭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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