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가 왕실과 결별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형인 윌리엄 왕세자가 소리를 지르고 아버지인 찰스 3세 국왕은 사실이 아닌 얘기만 했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는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해리 & 메건'에서 2020년 1월 샌드링엄에서 개최된 왕실 최고위 회의 분위기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형은 나한테 소리를 지르고 아버지는 사실이 아닌 얘기를 하고 할머니(엘리자베스 2세 여왕)는 조용히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슬픈 것은 형과 나 사이에 틈이 생긴 것"이라며 "형은 왕실의 편이고, 그게 형이 물려받은 역할"이라고 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2020년 3월 왕실과 결별하고 캐나다로 떠났다가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해리 왕자는 회의에 앞서 2020년 1월 6일 샌드링엄에서 여왕을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막상 그 시기가 오자 여왕이 바쁘다는 이유로 만남이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3월 마지막으로 왕실 행사에 참석했을 때 분위기가 냉랭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TV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족을 만나는 게 긴장됐으며 연속극 속에 사는 것 같았다"며 "다른 가족들과 거리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2021년 4월 할아버지 필립공 장례식 때는 아버지나 형과 대화하는 것이 힘들었으며, 진실한 사과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결혼 후 켄싱턴궁 내 노팅엄 코티지에서 지냈다. 해리 왕자는 이 시절에 대해 사람들은 자신이 왕궁에 산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집이 매우 작아 계속 천정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8일 공개된 첫 3편에 이어 계속 왕실과 언론을 비판했다.
해리 왕자는 왕실 공보실이 윌리엄 왕세자를 보호하려고 기꺼이 거짓말을 했으며, 각 공보팀이 서로 다른 왕족에 관한 얘기를 흘리며 '더러운 게임'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의 공보팀을 보면서 형과 함께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했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마클이 언론 때문에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으나 아버지인 찰스 3세는 "언론은 늘 그럴 뿐"이라고 대응을 막았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마클이 우울함과 자살 의향을 털어놨을 때 자신에게 화가 났다면서 "남편이 아니라 왕실 일원으로 (부인을) 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마클은 왕실에 적응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왕실은 자신을 '외부 생물체'로 대했다면서 "나는 늑대들에게 먹잇감으로 제공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없어지면 되리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마클은 자신이 데일리 메일을 고소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와 주고받은 편지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해 사생활 침해로 소송을 내 최근 승소했다. 해리 왕자는 이 보도로 인한 스트레스와 마클의 유산을 직결해 언급했다.
그는 해외로 떠날 계획에 관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왕실에서 언론에 유출했다고 주장하면서 서식스 공작 직위를 포기할 뜻이 있음이 알려진 것이 그 근거라고 지목했다.
그는 2018년부터 영연방인 뉴질랜드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옮겨서 여왕을 대신해서 일하고 세금을 쓰지 않는 것을 검토했지만 이 내용이 언론 보도로 공개되면서 계획이 중단됐다고 폭로했다. 해리 왕자는 호주 순방에서 마클이 큰 환영을 받자 조연이 주목을 받는 데 왕족들이 화가 났다고 전하고, 여러 차례 마클을 어머니 다이애나 빈에 빗댔다.
한편, 마클은 여왕이 행사 중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무릎에 담요를 덮어줬다면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여왕의 모습을 전했다. 해리 왕자 부부 다큐멘터리 6부작이 모두 공개됐지만, 영국 왕실은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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