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의미있는 자료 한 건을 발표했다. ‘2022년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33.4%, 세 집 중 한 곳이 나홀로 산다.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북유럽처럼 선진화된 나라일수록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특성이다. 결국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717만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700만을 넘어섰다. 1인 가구는 29세 이하와 70세 이상에 많다. 비혼·만혼과 사별·이혼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1인 가구의 3분의 2인 68%가 연소득 3000만원 이하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 때문에 1인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스스로 선택한 1인 가구에 대한 세제·복지 등의 지원은 사회와 경제 활력을 저해하고, 비생산적 복지비용만 키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강화론은 타당한가.
2년 새 100만 명 늘어난 1인 가구는 사회적 폭탄과 비교될 수 있다. 그러니 1인 가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확대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고 확대해나가야 한다. 소득수준(2021년)을 보면 전체 가구로는 1억원 이상이 18%인 데 비해 1인 가구는 1.7%에 그친다. 반면 1000만원 미만과 1000만~3000만원 사이 비중은 전체 가구가 각각 6%, 23%인 데 비해 1인 가구는 21%, 47%에 달한다. 고시원 거주자가 11%, 월세 생활자가 42%에 달한다는 것도 1인 가구의 자산수준과 경제적 형편을 보여준다. 1인 가구는 2019년 30.2%에서 2021년 33.4%로 늘었다.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충분히 짐작된다. 소득이나 주거 등 경제여건만이 아니라 심리·정서적으로도 열악하고 불만족스러움이 확인됐다. 1인 가구의 58%만 가족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이어서 전체 평균치 65%보다 훨씬 낮다. 1인 가구의 절반 이상(50.3%)이 애초 결혼을 안 했거나 못 했다.
1인 가구의 자립을 돕기 위해 정책 프레임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1인 가구가 독립을 못한 채 고령자가 되면서 정부의 복지망에만 기대는 상황이 오면 사회는 상당히 각박해질 것이다. 복지비용 증가 이상의 문제가 파생된다. 사회적 약자 그룹으로 전제하며 지원을 늘려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결혼을 기피한다지만, 그런 어려움에서 결혼한 가구도 적지 않다. 지원하려면 이런 젊은 가정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나온 통계청 자료를 보면 신혼부부 가운데 주택 소유자가 42%(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전년보다 0.1% 줄었다. 대출이 있는 신혼부부는 89%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어디를 지원해야 출산율을 높여 인구 감소를 막는 데 도움 되겠나. 신혼부부에 지원을 몰아주면 자녀 출산에 적극 나설 것이다. 1자녀 때 지원을 시작해 2자녀로 가면 몇 배로 지원하고, 3자녀를 두면 그보다 몇 곱절 더 지원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정부도 돈은 없고, 쓸 곳은 늘어난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1인 가구보다는 신혼부부 쪽에 지원을 늘리는 게 현실적 선택이다.
근본적으로 각자의 삶과 생활은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게 건전한 사회다. 가정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서 탈피하고 홀로 살며 부담이 적은 삶을 선택한 1인 가구라면 그 방식은 존중하되 그런 생활에 대한 자기 책임을 분명히 지우는 게 맞다. 나홀로 부담 적게 가겠다는 성인을 대상으로 전통적 가정을 형성하며 힘겹게 홀로 서려는 신혼부부가 낸 세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인센티브와 페널티 부과는 사회 유지의 기본 원리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국가사회가 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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