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살리는 볼보…'갑툭튀 車디자인' 이유 있었다 [최수진의 나우앤카]

입력 2022-12-18 13:06   수정 2022-12-18 14:09


볼보자동차가 지난달 9일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90을 공개하자 온라인상에서는 차에 탑재된 '라이다(LiDAR)'에 관심이 쏠렸다. 라이다는 카메라처럼 빛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고속 주행이나 야간에도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라이다를 통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고, 충돌 방지 효과는 최대 9%까지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다는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가장 중요한 필수 부품 중 하나다. EX90의 라이다에 사람들 관심이 쏠린 것은 안전을 중시하는 볼보 차가 이를 어떤 방식으로 탑재했을지 궁금해서였기 때문일 터다.
안전과 디자인의 두 마리 토끼..."큰 도전과제"
EX90의 라이다는 차 루프(지붕) 쪽에 가깝게 붙어있다. 사람으로 치면 정수리에 라이다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은 라이다가 탑재된 방식. 여느 차와 달리 루프 쪽 부분이 툭 튀어나왔기 때문. EX90 루프 상단의 툭 튀어나온 라이다가 낯설다는 평이 나온다.

차를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는 고민됐을 부분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 디자인 센터에서 만난 디자이너 티 존 메이어(T. Jon Mayer)는 "디자인적으로 큰 과제였다"며 "디자인적으로 (라이더를) 숨겨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2021년부터 볼보차에서 외관 디자인팀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툭 튀어나와 보이는 이른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디자인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 "안전에 대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라고 했다. 메이어 디자이너는 "(라이다를) 그릴 부분에 적용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한다면) 인간으로 치면 무릎에 눈이 달린 셈"이라며 "머리 위에 높게 적용하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엔지니어들과 함께 루프 라인에 라이다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다를 숨기기보다 차량 윗부분에 탑재해서 차의 눈처럼 보이도록 했다. 라이다 커버를 제작해 라이다를 보호하고, 라이다가 최적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임팩트 있게 디자인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라이다 비용 고민..."안전엔 타협 없다"
볼보는 EX90에 라이다를 탑재하면서 디자인을 포함한 생산비용 등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일례로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라이다나 레이더를 쓰지 않고 카메라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는 원가 절감 측면이 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라이다는 너무 비싸고 사용하기 어렵다.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하비에르 발레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카메라와 비교해 라이다 비용이 부담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물론 큰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최고의 안전 기능을 발휘한다면 사용해야 하고, 그게 볼보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론 값비싼 라이다 같은 부품이 들어가면 다른 곳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한다. 우리 역시도 전체 생산 비용을 고려하고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고 전했다.

발레라 COO는 또 "볼보는 라이다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라이다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다, 카메라, 센서가 유기적으로 연동하면서 안전도를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예테보리(스웨덴)=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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