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유통·콘서트 기획 등 음악사업이 CJ ENM,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실적 버팀목’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력인 영화·드라마 부문이 제작비 인상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동안 K팝 열풍에 힘입어 음악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해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 ENM의 지난 3분기 음악 부문 매출은 1405억원으로 1년 전(658억원)보다 113.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0억원으로 전년(109억원)보다 세 배 넘게 뛰었다. CJ ENM 매출(3분기 1조1785억원)의 11%를 차지하는 음악 부문에서 영업이익은 전체 합산(255억원)보다 더 많이 벌어들인 것이다.
다른 부문의 수익성이 일제히 악화한 가운데 음악 부문이 버팀목이 됐다는 분석이다. CJ ENM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디어 부문은 3분기에 141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가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미국 할리우드 제작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을 인수한 여파다. 홈쇼핑 등 커머스 부문도 소비심리 위축으로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8.8% 줄어든 57억원에 그쳤다. 1년 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난 건 음악 부문뿐이다.
음악 사업이 성장한 건 자체 아티스트 발굴·육성 시스템을 통해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여럿 확보한 덕분이다. 몇 년 전만 해도 CJ ENM은 소속 아티스트 없이 음반 유통·제작사업만 했다. 하지만 2016년 ‘프로듀스 101’을 시작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자체 아티스트 IP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댄서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우먼파이터’ 시리즈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IP를 확장했다. 이들이 흥행몰이에 성공하자 콘서트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 3분기 CJ ENM의 콘서트 매출은 35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배 늘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올 3분기 누적 매출(1조3751억원)의 절반 이상을 뮤직 부문에서 거뒀다. 영화·드라마 등 미디어 부문,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부문을 합친 것보다 많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비상장사라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지만 뮤직 부문이 가장 매출이 크고 수익성이 좋은 분야인 건 틀림없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합병한 멜론 및 음원 유통 매출뿐 아니라 산하 레이블의 아티스트 IP와 음반 제작 투자로 수익을 거둬들였다는 설명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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