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탈모를 ‘중년 남성의 전유물’ 정도로 치부했지만 이제는 탈모를 고민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30대뿐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까지 습관적으로 머리카락을 뽑는 발모벽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었다. 탈모에 대해 고민하고 신경쓰는 국내 탈모 인구는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의료계 자문을 받아 탈모에 대해 알아봤다.
탈모는 비정상적으로 털이 많이 빠지거나 머리카락 굵기가 얇아져 원래 모발이 있어야 할 부위에 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다. 예전과 달리 적극적인 탈모 치료를 원하는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40대가 전체 탈모 환자의 62.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남성은 30대, 여성은 40대 이하가 탈모로 가장 많이 병원을 찾았다.
지난해 탈모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1만 명 정도였다. 하지만 의료계는 탈모 방지 기능이 있는 헤어 제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두피 마사지 등으로 자가 관리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전체 탈모인은 1000만 명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양준모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피부과 전문의는 “외모 중시 현상으로 탈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탈모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10만 개 정도다. 모발은 생장기와 퇴행기, 휴지기를 반복하며 생성과 탈락을 이어가고 매일 0.3㎜씩 자란다.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당겨봤을 때 빠지지 않는 모발이 생장기 모발이고, 툭 하고 뽑히는 모발은 생장기가 지나서 자연적으로 빠질 머리카락이다. 하루 50~60개 정도는 빠질 수 있지만 100개 이상 빠진다면 탈모 신호로 봐야 한다.
육안적 관찰 외에 현미경 분석, 사진모발도, 두피 조직 및 혈액 검사, 더모스코피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약물 치료와 모발이식술 등을 활용한다. 모발 생장기를 촉진하고 휴지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미녹시딜 제제를 국소 도포한다. 피나스테라이드 등 5α환원효소 억제제를 경구 복용하기도 한다. 안드로겐의 영향을 받지 않는 후두부 모낭을 채취해 분리한 뒤 탈모된 부위에 모낭 단위로 이식하는 모발이식술도 많이 시행한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 치료 시작 시 환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탈모약의 부작용 여부”라며 “성욕 감퇴, 발기력 감소 등 남성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지만 이는 1% 이하의 확률로 굉장히 낮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조치료와 다이오드 레이저, 줄기세포 치료 등 새로운 탈모 치료법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치료법은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치료법 역시 남성 탈모와 다르다. 전지현 고려대 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성 탈모는 남성호르몬으로 인한 안드로겐의 역할이 탈모 기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서 경구약제의 효과가 남성보다 떨어진다”며 “가임기 여성은 5α환원효소 억제제가 태아기형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복용을 금지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여성 탈모 경구치료제는 아직 없고 바르는 약제뿐이다.
탈모 예방을 위해선 평소 모발 관리에 신경쓰는 게 중요하다. 외출이나 운동을 했거나 헤어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했다면 취침 전 머리를 감아야 한다. 두피가 지성이라면 매일 감는 게 좋다. 두피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고, 죽은 각질 세포를 탈락시켜 건강한 모공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모발을 말릴 때는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보다 자연 바람을 이용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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