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호텔 불야성인데…동네상권은 '캄캄'

입력 2022-12-16 17:44   수정 2022-12-17 01:46

이달 들어 주말 오후 6시 무렵만 되면 서울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강남 방향 차로는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기 일쑤다. 한국은행에서 회현동 방향으로 돌아 신세계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들이 우회전할 수 있는 2개 차로로 밀려들어 뒤엉키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신세계 본점 본관 5층 식당가에는 식당마다 대기팀이 10팀 이상 밀려 입장하는 데만 10~20분 걸리는 곳이 많다.

유통·필수 소비재 등 내수업종의 실적을 좌우하는 소비 현장 일각의 요즘 분위기는 일견 불황이 먼 나라 얘기인 듯하다. 일부 데이터와 현장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1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이어진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겨울 정기세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1.2% 불어났다. 롯데백화점(10.0%), 신세계백화점(13.5%), 현대백화점(10.3%) 모두 10% 이상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세일 초반에는 따뜻한 날씨로 아웃도어 등 의류 판매가 저조해 관계자들이 애를 태웠지만 후반 들어 강추위가 닥치면서 크게 반전했다.

호텔 뷔페나 고급 식당은 이미 11월 중·하순부터 크리스마스 전후와 연말에 예약이 마감된 실정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6~8인 룸은 연말까지 주말 예약이 모두 꽉 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주머니 사정이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들의 얘기일 뿐이다. ‘밑바닥’으로 가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충청권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한 업체 대표는 “소득이 안정적인 공무원 중심의 세종시 식당들은 그나마 버티지만, 대전 쪽 동네상권은 초토화 지경”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이 한 번에 큰돈을 지출해야 하는 가전제품 구매를 미루면서 롯데하이마트,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전자랜드 등 가전유통 빅4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1.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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