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는 매출·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일곱 분기 연속 증가(전년 동기 대비)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훈풍이 자산시장 불안, 인플레이션이라는 악재를 뚫고 하반기까지 지속된 영향이다. 코로나19 창궐 후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이 잇따르며 샐러리맨들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랬던 분위기는 지난달부터 달라졌다. 백화점 한 해 장사의 성패를 가르는 겨울옷이 팔려나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 결과 신세계의 11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신세계의 월 매출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줄어든 것은 지난 2월 이후 아홉 달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 설 연휴를 앞두고 선물세트를 찾는 수요가 뚝 끊겨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 등 롯데 계열사들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도 이런 추세가 쉽사리 반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패션·식품 등 필수 소비재 업계에선 유통업계에 앞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휠라홀딩스의 3분기 재고자산 회전율은 0.98회로 전년 동기(1.58회)보다 0.6회 떨어졌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눠 산출한 값이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느리다는 의미다.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불안한 한 해를 보낸 식품업계는 일찌감치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한 식품업체는 상반기부터 스태프(관리·지원) 조직을 줄이고, 영업 쪽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조직개편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버티던 소비가 내년엔 급격히 악화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계 구매력이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폭과 이자지출 증가폭이 커져 내년 소비지출액은 줄어들 전망”이라며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관/배정철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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