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가 늘어나는 것 같다. 구체적인 통계로 뒷받침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심리학계에서는 타인을 착취 또는 기만하고, 충동적이고 무모하며, 죄책감과 공감 능력이 부족한 방향으로 사이코패스 기질이 발현한다고 본다.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사이코패스는 종종 지적이고 매력적이며, 대단한 성취를 이룬다. 요즘 산업 뉴스에는 이 같은 사람이 두 명 등장한다.
수치심 없지만 도덕적 일에 몰두
바이오기업 테라노스를 창업한 엘리자베스 홈스는 사기 등 혐의로 11년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홈스는 거물이 되기 위해, 존경받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천재이자 선구자로 보이길 원하기도 했다. 즉 홈스가 사기극을 벌인 목적은 돈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홈스는 자신 때문에 투자자들이 돈을 잃고, 직원들이 실업자가 되고, 테라노스 이사들이 망신당한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사례는 암호화폐거래소 FTX를 창립한 샘 뱅크먼프리드다. 뱅크먼프리드는 부유한 유명 인사이자 유력 정치인들의 친구가 됐다. 미국 민주당에 뱅크먼프리드는 유명 투자자 조지 소로스 다음으로 중요한 후원자였다. 그러나 FTX는 지난달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고, FTX의 상당한 자산은 행방이 묘연하다.
이들 사이코패스에는 미묘한 점이 있다. 이들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특이하게도 도덕성에는 집착한다. 홈스는 환자들이 쉽게 혈액검사를 받아 치료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거액을 기부했고, ‘효율적 이타주의’의 대표주자가 됐다. 그는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으며 티셔츠와 반바지 등 검소한 차림새로 다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 유형에 해당하는 인물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나는 머스크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도덕성을 지닌 괴짜 천재이길 바란다.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 누군가는 기대에 찼고, 다른 누군가는 우려했다. 머스크는 타인의 필요에 관심을 두는 인물일까?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선언했다가 마음을 바꿨고, 계약을 파기하려다가 결국 인수했다. 머스크의 최근 트윗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다소 혼란스럽지만, 그는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고 있다. 다만 나는 도덕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행위로 인간 수명을 50년 연장할 수 있다는 과학 논문이 나올 경우 머스크가 이를 트윗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머스크는 제발 아니길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양심의 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데 개의치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양심 때문에 행동의 제약을 받지만, 사이코패스는 양심에 얽매이지 않는 ‘초능력’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은 양심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로저 랜드리 신부는 “사람들은 좋은 의도로 좋은 결과를 추구했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동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가톨릭에서는 양심을 결론을 내리기 위해 도덕적인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판단 능력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양심이 필요하다. 우리가 양심을 지킨다면 사이코패스도 줄어들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Psychos in the C-Suit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