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록금 14년째 묶어놓고 대학 구조개혁 가능하겠나

입력 2022-12-16 17:45   수정 2022-12-17 00:11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고등교육은 국가 경쟁력의 발원이자 요체”라며 대학 규제 혁파를 주문한 지 하루 만에 교육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대학이 총입학정원 범위 내에서 학과 신설·통폐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 설립의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 기본재산)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규제개혁안의 골자는 대학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정원 조정과 학과 신설 등을 자율에 맡기는 데 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개혁에 소극적인 것으로 악명 높은 교육부가 대학 자율성 강화를 선언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 정원과 재정 지원을 무기로 대학의 목줄을 움켜쥐고 쥐락펴락했을 뿐 산업계에 필요한 인재 육성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권 교체 때마다 ‘교육부 폐지론’이 단골메뉴로 등장한 이유다.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 경쟁력은 64개국 중 47위(IMD 조사)다.

정부가 교육개혁의 첫발을 뗐다는 의미는 있지만, 정작 핵심인 대학 구조조정 로드맵과 사립대 재정난 대책 등은 빠졌다. 당장 내년부터 대학 입학 자원이 10만 명 이상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548만 명이던 학령인구(초·중·고교생)는 2050년 368만 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대학 경쟁력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사립대 재정난에 대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포퓰리즘에 빠져 등록금을 14년째 묶은 결과 주요 사립대 10곳 중 8곳은 적자다. 첨단 실습 장비 구입이나 유능한 교수 초빙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의 개혁과 혁신,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물가 속에 등록금 인상이 여의치 않다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기여입학제 도입을 공론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육개혁은 산업 현장과 노동시장 변화에 맞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는 낡은 교육 시스템으론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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