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이 연임하려면 라임펀드 사태 관련 중징계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불가능해 연임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박 사외이사는 “금융당국을 상대로 손 회장이 소송을 하는 것은 회장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소송에 반대하더라도 손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손 회장이 징계에 불복해 가처분 등 행정소송을 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간다면 ‘금융회사 취업 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도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손 회장은 전날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DLF 부실 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라임펀드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이 이번 DLF 판결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 회장의 라임펀드 중징계 결정 직후인 지난달 10일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 시도 중단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손 회장이 지난달 25일 정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에게 “한 달가량 중징계 대응 방안과 거취 등을 결정하기 위해 시간을 달라”며 장고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금융 안팎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까지도 연임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DLF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자 비슷한 라임펀드 사태 중징계 취소 소송도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행정소송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부가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차기 금융사 수장으로 전직 관료를 앉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내년 1월 2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행장의 후임으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지난달 사퇴했는데, 차기 회장 후보로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사장 등 내부 인사들과 함께 관료 출신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도전장을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아니라 관료 출신 등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 위해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일각에선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외부 견제 없이 장기 집권한다는 비판도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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