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덮친 사법 리스크

입력 2022-12-16 18:01   수정 2022-12-17 00:29

검찰이 16일 허영인 SCP그룹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계열사 간 주식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과될 수 있는 증여세를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SPC그룹은 계열사 SPC삼립에 대한 부당지원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허 회장은 또 ‘제빵공장 끼임 사고’로 숨진 근로자 유족으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상태다. ‘제빵 왕국’ SPC는 세 개의 법률 리스크를 동시에 맞닥뜨리는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날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를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와 직전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훨씬 낮은 255원에 삼립에 팔았다. 이 때문에 샤니는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은 121억6000만원의 주식처분 손실을 봤다.

검찰은 2012년 1월 법 개정으로 신설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이 이뤄졌다고 봤다.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로 발생하는 이익을 지배주주에 대한 증여로 간주해 과세하는 제도다. 당시 SPC그룹은 밀다원이 생산하는 밀가루를 삼립이 사서 계열사에 공급하는 구조로 운용됐는데, 총수 일가가 밀다원을 사실상 보유하고 있어 2012년 안에 주식을 팔지 않으면 밀다원 매출이 증여로 잡힐 상황이었다. 결국 허 회장은 주식 양도를 통해 10년간 약 74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지 않았다.

주식 양도 과정에서 가격 흥정 등을 통해 적정가를 산정하지 않았고, 이사회 결의 등의 적법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SPC그룹 측은 “두 회사는 당시 총수 일가가 100% 소유한 기업”이라며 “검찰 논리대로라면 해당 액수만큼 총수 일가가 피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 논리대로 증여세 회피가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면 오히려 주식을 비싼 가격에 양도할수록 파리크라상, 샤니 등을 100% 소유했던 총수 일가에 더 큰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SPC그룹이 빵 원료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삼립을 중간에 끼워 넣고 통행세를 넣게 하는 등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지난주 노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SPC 계열사 PB파트너즈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회사 대표 등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하고 승진 과정에서 조합원을 차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SPC그룹 계열 SPL 공장에선 20대 근로자의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허 회장이 대국민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지만, 유족은 허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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