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코로나19 약 처방, 7월 14일 B형간염 예방접종, 8월 16일 정형외과 진료, 9월 12일 치과 진료, 10월 6일 건강검진, 11월 7일 안과 진료….’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는 ‘나의건강기록’ 앱을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A씨의 진료 기록이다.
지금은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확인하는 정도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이를 비롯한 진료 정보가 의료기관 등에 전송돼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등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의료 마이데이터 규제도 푼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취합해 신용과 건강관리 등에 능동적·주도적으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의료 분야에서 ‘건강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는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마이 헬스웨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245개 의료기관이 지난 8월부터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등록된 의료기관의 정보를 공유해 진료를 받을 때 종전 기록을 확인하며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부산대병원 앱을 사용하는 이나경 씨는 “같이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이 무엇인지 투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등록 의료기관을 1000여 개로 확대해 본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다른 기관에 전송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은 전 분야로 확대된다. 현재는 금융과 공공분야 정보만 전송을 요구할 수 있다. 의료 분야의 경우 동네병원에서 진료한 정보를 대학병원으로 가져갈 때 전송요구권을 활용하면 콤팩트디스크(CD) 등에 자기공명영상(MRI) 정보를 담아가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분야 사업 경쟁 본격화
마이데이터 사업 경쟁은 금융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신용정보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기업은 총 64곳이다. 은행 10곳, 카드 등 여전사 9곳, 증권사 9곳, 핀테크 23곳 등이다. 누적가입자 수는 4400만 명을 돌파했다.
자신이 보유한 계좌 정보를 연동해 은행 한 곳에서 모든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자산관리, 보험 추천 등의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투자 노하우, 배당투자, 은퇴 준비 등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하나 합’을 선보였다. 국민은행은 ‘KB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고객별 자산과 지출내역을 분석 및 진단해주고 있다. 신한카드는 인공지능(AI) 종합 자산 큐레이션 서비스인 ‘신한 My리포트’를 내놨다. 최근에는 통신 3사도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차례로 획득했다.
○서비스 대부분 유사…보안 문제도
전문가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고 지적했다. 사업자 대부분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은 수준이라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AI 등을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업체별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보안 문제도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2월 회원 100여 명의 고객 정보를 유출하는 사고를 냈다. ‘내 자산’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옮기는 도중 은행, 증권, 카드 등의 개인정보가 다른 이용자들에게 노출된 것이다. 이기홍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데이터 품질과 AI 보안·검증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