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당시 교육부는 전국 대학을 A~E 5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A등급 외 모든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강제해 대학 정원을 2년간 약 5만9000명 줄였다.
대학들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자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대학에 평가 참여 선택권을 부여하고 지방대를 배려한 기본역량진단평가로 바꿔 시행해왔다. 하지만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열악해진 대학들이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해 보고서 쓰기에 매달리고, 탈락한 대학들이 불복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부의 이런 평가 체제를 2025년부터 전격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기관 평가 인증과 사학진흥재단의 재정 진단 평가로 정부 지원 대상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평가는 3년 주기 상대평가였지만 대교협 평가는 5년 주기 절대평가다.
대학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기본역량평가를 위해 매년 교직원 수십 명이 매달리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며 “많은 대학이 평가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혁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학 구조조정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교협은 결국 대학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데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당장 내년에만 대학 입학 학생이 10만 명 줄어드는데 구조조정에 대한 고민은 쏙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분야의 경우 결손이나 편입학 인원을 활용해 학과를 신·증설할 수 있는데, 지방대는 분야와 관계없이 새로운 학과를 신설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대학 개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교육계에선 문학·사학·철학 등 비인기 인문계열 학과가 축소되고 이공계열 학과만 늘어나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또 대학을 설립하거나 운영할 때 지켜야 하는 교사(校舍)·교지(校地)·교원·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완화했다. 이 기준들은 대학 설립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돼 온라인 수업 등 최근의 교육여건 변화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학 시설·건물은 인문사회를 제외한 자연·공학·예체능 계열의 기준 면적을 최소 주거 면적인 14㎡ 수준으로 완화한다. 교원은 일반대학의 겸임·초빙교원 비율을 기존 5분의 1 이내에서 3분의 1 이내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한다.
최만수/최예린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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