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비전문 외국인력(E-9비자) 도입 규모를 11만명까지 확대하는 가운데,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무작정 도입 숫자를 늘리기보다 현장의 수요에 맞춰 공급하는 '핀셋 정책'으로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비전문 외국인력 중에서도 장기근속으로 숙련도가 쌓인 인력에 대해서는 비자 전환 규모를 확대해주거나 체류 기간을 연장해 주는 등 외국인력 사용에 탄력성을 부여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력에 대한 중소기업의 수요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부족 인원'은 59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38만1000명) 대비 56.9%(21만7000명)나 증가했다. 이에 기업들도 외국인력 도입 확대가 절실하다.
지난 7월 생산인력 현황 및 2023년 외국인력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784개 중 595개 사(75.9%)는 "연간 도입 규모 제한을 폐지하고 외국 인력을 탄력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현상은 가중될 전망이다. 고용부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663만9000명에서 2030년에는 3343만7000명으로 320만명 감소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지만 경직된 외국인력 도입·배분 정책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먼저 제조업, 건설업 등 ‘업종’ 중심의 외국인력 도입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계는 기존의 '업종' 중심 외국인력 도입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기준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부 업종'에 인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하거나,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에서도 외국인 고용을 허가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 중소 물류업체 관계자는 "일부 서비스업의 단순 상·하차 업무처럼 일이 고되 국내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부문에 특히 외국인력 도입이 시급하다"며 "내국인을 구하지 못하는 업종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사장은 "업종에 대한 고려 없이 외국 인력을 무작정 늘리는 데만 방점을 찍는다면 불법 체류자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전문인력(E-9) 위주의 인력 관리 정책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전문인력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 취업 업종이 제한돼 있다. E-9 비자로는 운 좋게 연장을 받는다고 해도 최대 9년 8개월까지만 근무가 가능한 것도 문제다. 비전문 인력의 생산성이 정점을 찍을 때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장기근속으로 숙련도가 오른 인력은 일반 비전문 인력(E-9)과 구분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력 구분 방식이 너무 단순하다"며 "숙련인력(E-7) 전환 규모를 늘리거나, 어느 정도 숙련된 비전문 인력의 체류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확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신중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인력 충분히 투입되는 시장에까지 외국 인력이 투입되면 저임금을 경쟁력 삼아 시장을 교란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내국인들이 꺼리는 분야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기에 공급 늘리는 내용이 담긴 전방위적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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