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찬의 무릎관절 이야기] 왜 의사마다 치료법이 다를까?

입력 2022-12-18 17:22   수정 2022-12-19 00:10

카타르 월드컵 주심 판정에 갸우뚱한 팬이 많았을 것이다. 축구만 정확한 판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의사도 가끔은 서로 다른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해 환자를 혼란스럽게 할 때가 있다.

“A병원에서는 관절염이 심해 수술해야 한다고 했는데, B병원에서는 수술 안 해도 된다고 하네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누가 봐도 관절이 다 닳아 통증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때는 어떤 의사라도 수술을 권한다. 관절염이 초기일 때는 당연히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부터 한다. 문제는 환자의 상태가 아주 가볍지도, 아주 심하지도 않은 중간지대에 속할 때다. 이런 환자에게는 의사마다 서로 다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

우선 환자의 상태와 조건이 변수다. 예를 들어 60대 초반의 여자 환자 두 사람이 똑같이 십자인대가 파열됐다고 가정해보자. 한 사람은 바깥출입이 적고 대부분 집안에서 생활하고, 다른 한 사람은 상당히 활동적이어서 모임도 많고 등산도 자주 가며 매일 헬스클럽에도 다닌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활동량이 적은 환자에게는 십자인대 수술을 권하지 않고, 활동량이 많은 환자에게만 수술을 권하는 일이 많다.

활동량과 함께 관절염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십자인대가 파열됐을 때 수술하는 목적은 결국 무릎을 튼튼하게 해서 향후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따라서 이미 관절염이 진행된 상태라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의사의 성향도 변수다. 보수적인 성향의 의사는 수술보다 물리치료, 약물치료, 비수술적 치료를 선호하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의사는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한다.

의사마다 제시하는 치료법이 다를 경우 선택은 환자의 몫이다. 다만 최신 치료법을 권하거나 ‘이렇게 하면 100% 다 낫는다’고 호언장담하는 의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신 치료법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의사는 검증된 치료법을 우선시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치료법보다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살펴 검증된 치료부터 차근차근 권하는 의사라면 안심하고 치료받아도 좋다. 힘찬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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