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식품분야 청년 창업이 필요한 까닭

입력 2022-12-18 17:20   수정 2022-12-19 00:09

“세상의 모든 노동은 가치 있고 신성한 것이다.” 우리는 노동에 대해 어릴 적부터 이 같은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지만, 왜 신성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선하고 의롭게 느껴지는 일들이 직업과 연계된다면 훌륭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왜 일하는가?’라고 질문한다면 많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노동보다 ‘노동의 이유’가 신성한 것일지 모르겠다.

현대사회에서 노동은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직업의 종류가 더 세분화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세계는 산업화를 거쳐 지식사회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한 산업 분야가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보여준 ‘벤처 강풍’이다. 한국에서도 1995년 벤처기업 최초로 메디슨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벤처기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이렇게 성장한 벤처기업 중에서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국내 유니콘 기업이 23개나 된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흐름 등에 따라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보다도 유니콘 기업이 5개 늘어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벤처 창업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1년 이상 생존한 기업은 100곳 중 65곳뿐이며, 5년 이상 생존한 기업도 30곳이 되지 못한다. 벤처기업은 문자 그대로 모험가 기업으로,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을 창출하지만 그만큼 실패 위험도 높다. 그런데도 정부가 벤처기업 생태계를 위해서 노력하는 이유는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가 미래산업을 예측하면서 농생명 분야를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소재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버섯으로 가죽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2020년 현대자동차에서 분사한 후 버섯·곰팡이 균사체로 가죽과 단백질 소재를 개발해 올해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도 화학제품을 이용해 동물성 가죽을 모방하는 제품이 많았지만 균사체 가죽이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제품 자체가 친환경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가공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폐기물도 생분해가 가능하다. 둘째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하기 쉬워서다.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 40곳 중 38곳이 대체 가죽 상품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패션산업이 배출하는 탄소가 연간 약 120억t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술집약적이며, 세계 자본시장 흐름에 부합하는 친환경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농식품 분야에서도 지난해 227억원을 투입해 370개 벤처 창업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예비창업자에게는 회계, 노무, 홍보 등의 교육을 지원하고 기존 창업기업에는 투자유치 및 판로 확대, 기업 간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첨단기술 기업에는 시제품 제작 및 공정 개선 등을 지원한다. 벤처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자본이 없어서, 기술이 없어서, 정보가 없어서 ‘더 이상 없음의 이유’로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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