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CEO·사장 57명의 경력을 살펴본 결과 ‘전략통’으로 볼 수 있는 인사가 36명으로 전체의 63.2%를 차지했다. 전통적으로 ‘기술 전문가’가 중용됐던 삼성그룹에서도 올해는 전략통이 약진했다. 전체 승진자 12명 중 9명이 전략 전문가로 분류됐다.
주요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삼성전자), 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TF(삼성물산), 금융경쟁력제고TF(삼성생명)와 전신인 미래전략실 출신 부사장들이 대거 사장으로 승진한 영향이 크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사장,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 정해린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장 겸 삼성웰스토리 CEO, 강병일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 사장이 대표적이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스퀘어 박성하 CEO, 윤풍영 SK C&C 사장,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 사장과 SK브로드밴드 CEO를 겸하게 된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존재감을 발휘해온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이 밖에 롯데 한화 CJ 등에서도 전략 전문가가 신규 CEO·사장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찾는 게 중요해지면서 ‘전략통’이 주요 계열사 CEO에 중용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사장 승진자 네 명 모두 기술통으로 분류됐다. 서울대 기계설계 박사 출신인 이동욱 현대제뉴인 CEO,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온 김형관 현대미포조선 CEO 등이다.
‘재무통이 잘나간다’는 통념과 달리 올해 신임 CEO·사장에 오른 재무 전문가는 3명(5.3%)에 그쳤다.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차동석 사장, 이성형 SK CFO(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CEO(부사장) 등이 재무통의 체면을 살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비용 절감, 안정적인 재무 관리보다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전략적인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4대 그룹에선 SK그룹 신임 CEO·사장의 평균 출생연도가 1968년으로 가장 젊었다. 현대차와 LG는 1966년생으로 10대 그룹 평균 수준이었고 삼성은 1964년생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 CEO를 맡게 된 최성안 부회장(1960년생), 양걸 삼성전자 중국협력실장(사장, 1962년생) 등이 승진한 영향이 크다.
나머지 그룹에선 현대중공업(평균 1962년생) 등 제조업체 신임 CEO·사장의 평균 연령이 CJ(평균 1971년생) 등 서비스 기업보다 높았다. 만 나이 기준 40대 CEO도 세 명 탄생했다. 총수 일가를 제외한 가장 젊은 CEO는 이선정 CJ올리브영 CEO로 1977년생이다.
황정수/하수정/김재후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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