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절대평가" 발언에 자사고 경쟁률 껑충

입력 2022-12-18 17:42   수정 2022-12-26 16:45

2023학년도 전국 주요 19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경쟁률이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등학교 내신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가 바뀌면 자사고·특목고에 진학해도 대입 내신에서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대부고 경쟁률 가장 높아
18일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3학년도 자사고·특목고 경쟁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용인 외대부고, 하나고, 민족사관고, 상산고 등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주요 10개 자사고 경쟁률은 평균 1.82 대 1로 집계됐다.

전국 자사고 경쟁률은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문재인 정부 시기 계속 하락해 2019학년도 1.46 대 1까지 내려갔고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1.57 대 1로 반등한 뒤 2년째 상승했다. 올해 경쟁률은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국 27개 외국어고는 상위권 학생들의 자연계 쏠림 현상 탓에 지난해 미달 사태(경쟁률 0.99 대 1)를 피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1.13 대 1로 경쟁률을 회복했다. 전국 8개 국제고의 경쟁률은 1.43 대 1에서 1.79 대 1로 올랐다.

경쟁률을 공개한 전국 특목고, 자사고 67곳 중 52곳의 경쟁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 특목고 통틀어 외대부고(2.99 대 1)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그 뒤를 하나고(2.45 대 1), 동탄국제고(2.28 대 1), 고양국제고(2.06 대 1), 민사고(2.05 대 1) 등이 이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를 배출한 울산 현대청운고의 경쟁률은 1.53 대 1에서 1.72 대 1로, 포항제철고는 1.05 대 1에서 1.47 대 1로 뛰었다.
정권 바뀌며 ‘폐교 리스크’ 사라져
자사고·특목고의 경쟁률이 오른 것은 교육부의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장관은 지난 12일 2025년 고등학교 1~3학년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그의 발언은 자사고·특목고가 원서 접수를 시작한 시점에 나왔다.

통상 자사고·특목고는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어 내신 상대평가에서 불리하다.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면 대입에서 이 같은 불리함이 사라진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는 자사고·특목고를 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2025년 제도가 시행되면 자사고·특목고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특목고 존치 입장을 내세워 ‘폐교 리스크’가 사라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권이 바뀌며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서울 주요 대학들의 정시 확대,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늘어난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등 바뀐 입시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은 올해 40~45%에 달한다.

자사고·특목고의 인기가 높아지며 덩달아 국제중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제중은 입시 비리 문제가 불거지며 2015년부터 추첨제로 전환해 인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이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한 지정취소 소송에서 승소했고, 여전히 자사고·특목고 진학 비율이 높아 학부모들이 주목하고 있다. 국제중 지원자 수는 지난해 5643명에서 올해 6735명으로 19.4% 증가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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