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9월 말부터 이달 16일까지 국토교통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대상으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현장감사를 했다. 감사는 10월 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7주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은 통계청 직원 PC를 전자감식(디지털 포렌식)해 이메일·메신저 기록 등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2018년 통계청 직원과 청와대 관계자 간 회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감사원은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이 교체된 계기를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은 그해 5월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소득 1분위(하위 20%)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통계청 조사 결과를 사실상 반박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같은해 8월 황 전 청장은 전격 경질됐다. 후임으로 임명된 강신욱 전 통계청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절 문 전 대통령 발언의 근거 자료를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두 전임 통계청장을 최근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집값 조작’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 미미했다는 왜곡된 통계를 제시하며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해 1월 국토부는 2017년 5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84㎡(33평형) 가격이 17% 올랐다고 발표했다. 경실련은 자체 조사를 근거로 2017년 5월부터 그해 5월까지 같은 면적 아파트값이 79% 올랐다고 반박했다.
‘고용 통계 마사지’ 의혹도 주요 감사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신규 취업자가 전년 대비 49만 명 늘고 고용률은 66%로 올랐다고 발표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인 57만 명 증가했다. 이에 당시 야권은 “정부 세금으로 운영되는 노인 단기 아르바이트를 취업자로 포함해 고용 상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조작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현장감사 결과에 따라 국토부 실무자와 청와대 관계자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홍장표 청와대 전 경제수석 등 ‘윗선’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도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조작 의혹을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하고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8일 고위당정협의회 브리핑에서 “국기와 관련된 것이라 엄정하고 철두철미하게 밝혀야 할 문제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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