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글로벌 이상기후를 겪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에서도 환경 관련 어젠다가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환경문제 해결의 핵심은 탄소중립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큰 폭으로 낮춰야 한다.
글로벌 탄소배출량의 21%가 수송에서 발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제시한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은 글로벌 전기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2021년 기준 665만 대(전기차 침투율 9%)에서 2030년 5600만 대(전기차 침투율 60%)까지 증가해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국가가 키우는 충전 시장
현재 완성차 시장은 연간 9000만 대, 2600조원 규모의 시장이다. 이 중에서도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침투율은 2022년 12% 수준에서 2030년 52%까지 증가할 예정이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중 유의미한 시장을 따져보면 중국(약 2200만 대), 미국(약 1500만 대), 유럽(약 1400만 대)으로 3개 지역 합산 판매 비중은 57%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의 95% 이상이 중국(50%), 미국(10%), 유럽(35%)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 및 충전 인프라 시장은 이 3개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지역의 완성차 시장 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예정 시점은 2030~2035년이다. 중국은 2035년까지 순수 전기차(BEV) 50%,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50%의 판매 비중을 발표했으며, 미국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동화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 성능 개정안’이 2022년 6월 통과되며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1)배터리 가격 하락, 2)주행거리 증가, 3)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배터리 가격, 주행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달성 가능하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는 초기 높은 투자 비용 때문에 기술 발전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재정적 투자가 필요하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전기차 신차 판매량보다 누적 판매량이 중요해 전기차 시장과 약간의 시차를 두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규모는 2022년 465억 달러(약 65조원)에서 2030년 4173억 달러(약 584조원)로 약 9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 대수 증가에 따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구축된 후 관련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는 순서다. 글로벌 전기차 충전기는 2020년 212만 대에서 2027년 3076만 대로 약 1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사업(제조설치·유지보수·전력소비) 시장규모는 2022년 약 3000억원에서 2030년 2.5조원으로 8배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충전기 누적 수량은 약 17만 개로 2030년까지 11배 증가한 180만 대로 전망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누적 수량은 전기차 누적 수량의 5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2022년 2월 기준 수도권과 경상권에 각각 41%, 26%로 집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완속 충전기는 국가 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있으며 급속 충전기는 초기 높은 투자 비용 때문에 한국전력, 환경부 등 공공 비중이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선 공약으로 2030년까지 충전소 50만 곳 확보를 제시했으며, 미국 교통부는 국가 전기차 인프라 프로그램(NEVI)을 발표했다. NEVI의 주요 내용으로는 2022년부터 5년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 담겼다. 고속도로를 따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따라 기존 최대 3만 달러의 보조금이 10만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한다. 보조금 지급 조건은 미국 현지에서 충전기를 생산해야 하며, 미국 내 공장 확보가 필수적이다. 즉 미국은 NEVI를 통해 넓은 국토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IRA를 통해 충전 인프라 공급망을 자국으로 내재화한 것이다.
유럽은 개별 국가 단위의 대체 연료 정책과 EU 집행위 중심의 대체 연료 정책이 공존한다. EU 집행위가 중점으로 두는 것은 상호 운영 가능성을 보장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배치 조율, 공통 표준 채택 등 회원국 간 인프라의 통일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공용 충전 지점을 2025년 100만 곳, 2030년 300만 곳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한국은 생활 및 이동 거점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완속 및 급속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한다. 기존 건물은 주차면 가운데 충전기 의무 설치 비중이 2022년 2%에서 2025년 7%로 상향, 신규 건물은 2022년 5%에서 2025년 10%로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시장은 과점적 구조
전기차 충전기 시스템은 전력 공급 네트워크, 충전·방전 시스템, 요금 과금 시스템, 전력 계통시스템 교환소 등으로 구성된다. 충전기는 출력을 제공하는 파워뱅크와 차량의 충전 연결, 결제, 충전량 등을 관리하는 충전 포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초급속·급속·완속으로 구분되며 초급속은 300~350kW, 급속은 50~200kW, 완속은 3~7kW다. 초급속·급속은 주로 고속도로와 공공기관 등 외부 장소에, 완속 충전기는 주택이나 아파트에 설치된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에너지 사업, 충전기 인프라 사업, 충전기 서비스 사업으로 구분된다. 충전기 인프라 사업은 충전기 제조사가 충전기 제조·설치·유지·보수를 진행하며 사모펀드(PE), 운용사 등 인프라 펀드 형태로 투자가 기대된다. 충전 인프라 구축이 끝나면 충전기를 운영하는 CPO(Charge Point Operator)와 E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기차 충전 제조 시장은 중앙제어, SK시그넷, 대형채비 등 소수의 과점적 구조다. LG, SK, 현대차, 롯데 등 국내 대기업이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하며 미래 성장 동력과 ESG 실천의 첨병으로 삼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자는 대형 주차장을 소유해 중완속 충전기 중심으로 설치하며, 충전 서비스는 CPO에게 아웃소싱할 가능성이 높다. 급속 충전 인프라를 소유한 사업자는 충전 서비스를 직접 영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풀서비스 사업자는 제조, 설치, 운영 및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높은 자금력과 유력한 사이트 확보가 필수다.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광고, 결제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사업모델로 확장될 것이다.
이승훈·이현욱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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