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단장 목표치의 70%를 마쳤을 뿐인데도 올 11개월의 매출이 이미 전년치를 넘었다. 길 건너 사이공센터에 입점해 있는 일본 백화점인 ‘다카시마야’와의 한·일 백화점 승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호찌민 시민들에겐 한국의 63빌딩 같은 곳이다. 2000년 개장 당시 현지인들이 난생 처음 보는 에스컬레이터에 신발을 벗고 탔다는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볼링장은 요즘 호찌민의 3040세대엔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다. 인근에 통일궁과 사이공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명소도 즐비하다.
상징성이 풍부한 이 건물은 풍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방치돼다시피했다. 고급 백화점이라면 으레 있어야 할 브랜드조차 유치하지 못했다. 관광객이건, 베트남 현지인이건 백화점 쇼핑을 하겠다는 이들은 다카시마야로 몰렸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그저그런 한물간 옛 쇼핑 건물로 전락할 위기였다.
롯데쇼핑이 2015년부터 위탁운용을 맡긴 했지만, 롯데그룹의 내우외환이란 난관을 만났다. 중국 사업에서 강제로 손을 떼야하는 상황에 몰려 베트남 사업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던 것. 최용현 롯데백화점 호찌민 점장은 “VN스틸이라는 베트남 기업과 5대5의 합작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의사 결정 속도가 매우 느렸다는 것도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점포 리뉴얼은 거의 모든 걸 갈아엎는 파격이었다. ‘화장실 입구에 걸릴 사진을 무엇으로 해야하나’라는 고민을 할 정도로 ‘디테일’의 변화에도 공을 들였다. 최 점장은 “화장실 공사에만 수억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던 옥상은 ‘루프탑’으로 개조해 ‘뷰 맛집’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공무원들과 겪었던 수많은 일화는 한 권의 책으로도 못 담을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최 점장이 이끄는 롯데의 ‘젊은 피’가 특히 공을 들인 건 브랜드와의 협상이다. 최 점장은 “50장 짜리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1000여 개의 해외 브랜드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봄부터 시작된 약 3개월의 봉쇄 기간 중엔 다이아몬드 플라자에 있는 호텔 등에 직원 50여 명의 숙소를 만들어 동거동락하며 PPT 자료를 고치고 또 고쳤다.
잡화점처럼 구성돼 있던 1층은 명품관으로 거듭났다. 조말론, 딥티크, 크리드 등 3대 니치 퍼퓸(최고급 향수) 브랜드들이 한꺼번에 입점했다. 베트남 백화점 업계 최초다. 셀린느, 발렌시아가, 오프화이트 등 40여 개 해외 브랜드로 구성된 편집숍도 들어설 예정이다.
라코스테, 타미힐피거 등 1층에 있던 패션 브랜드는 3층으로 모두 올렸다. 최 점장은 “1층에 있던 걸 위로 올리기 위해 엄청난 설득이 필요했다”며 “베트남의 세련된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VIP들이 4~5시간 동안 쇼핑하며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한 전략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총 5층으로 구성된 백화점 매대에서 최 점장이 특히 신경 쓴 건 3층의 ‘골프 전용 존’이다. 골프웨어를 비롯해 각종 장비까지 한 곳에 모아놨다. 최 점장은 “베트남의 상류층들이 골프를 즐기기 시작했고, 여성 골퍼들은 K 골프웨어를 선호한다”며 “한국에 여행가면 수백만원어치의 골프옷을 사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쇄신 덕분에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은 글로벌 명품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 점장은 “인근의 다케시마야 백화점과의 경쟁에서 롯데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며 “양쪽에 동시에 입점해 있는 산드로, 마주 등의 브랜드 매출에서 롯데가 이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규모는 작지만, 최상위 브랜드로만 재탄생한 롯데백화점 호찌민점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입점을 꺼리던 브랜드들이 최근엔 알아서 입점 제안을 할 정도로 상황이 역전됐다.
호찌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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