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한 한 위원은 보건복지부가 투자정책전문위원회(투정위) 위원들에게 수사 의뢰를 통보했다는 소식에 이렇게 말했다. 투정위는 국민연금의 투자정책 초안을 검토하는 위원회다. 복지부는 13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자산에 대한 환헤지 방법을 투정위에서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게재하자 누설자를 색출하겠다며 위원들에게 수사 의뢰를 통보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재개 여부는 지난 수개월간 국민적 관심사였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에 환헤지 도입을 요청하면서다. 이후 국민연금이 5년 만에 환헤지를 재개할지, 한다면 전략적 환헤지와 전술적 환헤지 중 무엇을 확대할지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분석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마켓인사이트는 ‘현재 0%인 전략적 환헤지를 10%까지 확대하는 안과 현재 ±5%인 전술적 환헤지를 ±15%로 늘리는 안을 투정위에서 모두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복지부는 “회의 내용이 유출된 게 확실하다”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재개는 환율시장과 국민연금 수익률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특히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거시 정책에 의해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논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언론의 순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는 게 마켓인사이트의 판단이었다.
이런데도 유난히 비밀에 집착하는 복지부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당 보도로 국익이 훼손된 것도, 제3자가 부당 이득을 취한 것도 아닌데 사회적 소통 과정에 불법이라는 잣대를 갖다 대는 건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다.
기금위 일각에선 “전문위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기금위 위원은 “복지부의 수사 의뢰 통보 이후 위원들이 학계와 실무진 등 전문가에게 조언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최종 결정은 기금위가 각 전문위의 도움을 받아 내린다. 복지부는 이들을 보좌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법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된 위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복지부의 월권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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