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금 확보…SK, 부산 땅까지 판다

입력 2022-12-19 17:42   수정 2022-12-20 09:23

SK 롯데 한진 코오롱 등 대기업이 줄줄이 자산이나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줄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나빠지자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동시에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SK그룹, 유동성 4.2조원 확보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 E&S의 100% 자회사인 부산도시가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부산 사옥 등을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6328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부산도시가스는 이달 매매 계약을 맺고 내년 5월 23일 매매대금 전액을 받으면서 처분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매각 부동산은 부산도시가스 사옥과 남천동 메가마트, 아웃백스테이크, 빕스 매장 부지(사진)로 3만606㎡(건물 면적 5867㎡)에 달한다. 이 회사는 매각 배경에 대해 “보유자산 매각으로 자산 운용을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도시가스는 회계상 매각 대상 자산가치를 1037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5000억원가량의 자산처분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부산도시가스를 비롯해 SK그룹 계열사들은 줄줄이 유동성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자산매각과 회사채·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4조2386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SKC가 지난 2일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필름 사업 부문인 SKC미래소재 지분 100%를 처분하고, 1조5950억원의 매각대금을 받았다. SK온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PEF를 대상으로 전환우선주(RPS) 6935억~1조32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와 SK텔레콤은 이달에 각각 회사채 2900억원, 3100억원어치를 찍었다. SK리츠도 지난 13일에 CB 109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줄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를 올해의 절반가량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최대 10조원가량의 투자금을 감축할 전망이다.
희망퇴직 칼바람도
SK그룹은 물론 다른 계열사들도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인천공장 토지를 부동산 개발업체에 550억원에 매각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100% 자회사인 코오롱머티리얼도 대구 염색공장을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에 500억원에 처분할 예정이다.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는 제주KAL호텔을 95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HJ중공업도 인천 서구 원창동 토지와 건물을 770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KG스틸은 최근 유휴설비인 당진공장의 전기로 설비를 영국 제철업체인 리버티스틸그룹에 907억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도 늘고 있다. HMM은 이달 7일까지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이 회사는 최대 2년 치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고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등도 제공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롯데면세점은 21일까지 대리급 이상 중 근속 연수 15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롯데하이마트도 16일까지 10년 차 이상 혹은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나빠지는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내년 수출 실적이 저조해지는 등 경영 환경이 어둡다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0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은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평균 0.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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