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다 죽인 '10년 마트 족쇄'…대구 상인들이 먼저 나서 풀었다

입력 2022-12-19 18:16   수정 2022-12-27 16:50



유통업계에선 대구 지역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과 관련해 전통시장 상인과 슈퍼마켓 업주 등 소상공인들이 먼저 마트 규제 완화를 요청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련 규제가 포함된 유통산업발전법이 2012년 시행되고 10년이 지나면서 마트 휴일 의무휴업이 골목상권 활성화와 큰 관련이 없다는 공감대가 상인들 사이에 형성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형마트, 전통시장은 윈윈 관계”
대구시는 19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식’을 열기에 앞서 골목상권 관련 주요 이해 당사자인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 대구지역 수퍼마켓협동조합,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과 협의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먼저 규제 완화를 요청한 게 크게 작용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으면 골목상권이 반사이익을 얻기는커녕 되레 상권이 죽는 실상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움직임은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충남 당진시 읍내동에 있는 당진전통시장에 입점한 신세계그룹 계열 노브랜드는 지난 7월부터 쉬는 날 없이 문을 열고 있다. 시장 상인들이 “노브랜드가 문을 닫으면 손님이 사라진다”며 시에 의무휴업일 해제를 요청한 게 계기가 됐다. 이곳 노브랜드는 지자체 결정에 따라 의무휴업일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2012년 이후 나온 많은 연구 결과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스마트경영학과 교수가 신용카드 결제액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가 쉬는 날에 주변 점포 결제액은 휴업일이 아닌 날에 비해 8~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자재마트가 반사이익 얻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그 취지를 거의 살리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시장이 살아나는 대신 쿠팡, 컬리 등 신흥 ‘유통 공룡’으로 떠오른 e커머스업체들이 몸집을 불렸다. 2013년 38조5000억원에 그친 온라인 쇼핑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7조1000억원으로 커졌다.

오프라인에선 세계로, 장보고 등 식자재마트가 반사효과를 봤다. 매장 규모가 3000㎡ 이하이고, 대기업이 운영하지 않는 식자재마트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결과 지역 상권에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위협하는 존재로 급성장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식자재마트 사업체는 1800여 개로 2014년에 비해 74%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마트 할인점 사업부의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1128억원으로 전년 동기(1550억원) 대비 27.2% 감소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족쇄들
유통업계는 대구시가 물꼬를 튼 의무휴업 규제 완화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합의를 끌어내면 기존 유통산업발전법만으로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형마트를 옭아매고 있는 족쇄가 아직 한참 더 남아 있다는 점이다. 영업시간 제한도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표적 규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자체장이 0시부터 오전 10까지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는 전국 각지 주요 상권에 점포를 두고도 새벽배송 거점으로 사용할 수 없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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