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윤(비윤석열)계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차기 당대표를 일반 국민 여론조사 없이 '당원 투표 100%'로 선출하기로 한 데 대해 "저 한 사람을 잡으려고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9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제가 다른 후보 (지지율을) 다 합친 것보다 민심에서 많이 앞서니까 저를 죽이려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권력의 폭주", "전당대회가 막장 드라마", "해당(害黨) 행위" 등 강도 높은 표현과 함께 비판을 이어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통령 경선 과정에 앙금이 남아서 저를 배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분들 목표는 당을 100%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私黨)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 공천에서 소위 말하는 '진윤 감별사'들이 설쳐서 '진실한 윤석열의 사람들'로 공천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됐던 '진박(진실한 친박·진짜 친박) 감별사' 논란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유 전 의원은 "(의원들이) 왜 위축돼 용산(대통령실)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느냐. 결국은 공천 때문"이라며 "여당이 대통령실 거수기와 출장소 역할을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정부가 잘못하면 야당이 뭐라 하기 전에 여당이 먼저 견제해야 성공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는 "국민과 비슷하다. 아직까지는 (별 5개 중) 2개 정도"라면서 "대통령이 미국에 갔다 와서 '바이든, 날리면'이라고 한 게 국민들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현행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인 당헌·당규상 대표 선출 규정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꾸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념과 철학 목표가 같은 당원들이 대표를 뽑는 것은 당연하다"고 정당성을 피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을 염두에 둔 조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같은 당헌·당규 개정안은 이날 상임전국위원회, 오는 23일 전국위원회·상임전국위원회를 거쳐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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