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긴급 출동하는 '닥터카'에 탑승한 사실이 알려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자신의 정치적 '그림'을 따기 위해 재난을 무대 소품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권 의원은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신 의원의 닥터카 사적 사용으로 인해 차량의 현장 도착이 늦어졌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며 "응급의료법 등에 근거한 국가재난시스템의 근간을 국회의원 개인의 편익을 위해 흔든 것"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이 아닌 응급의료팀의 일원으로 현장에 갔다고 변명했지만, 진짜 응급의료를 생각했다면 닥터카를 콜택시처럼 이용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더구나 '치과의사' 남편과 동행했다는 것을 볼 때 신 의원의 변명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권 의원은 "이와 같은 기행(奇行)이 남긴 것은 신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현장 사진뿐"이라며 "소위 자신의 정치적 그림을 따기 위해 재난을 무대 소품으로 활용한 것이 아닌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신 의원은 닥터카 탑승 논란이 일자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사퇴했지만, 사퇴로 문제를 덮을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리라"며 "민주당은 이태원 압사 사고 직후부터 진상규명을 외쳐왔다. 이제 그 진상규명의 대상에는 민주당 자신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권 의원은 "민주노총, 민언련, 참여연대 등 17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게 묻겠다"며 "신 의원의 닥터카 탑승에 대한 여러분의 입장은 무엇인가. 침묵인가, 변명인가. 아니면 진상규명과 처벌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일 신 의원이 긴급 출동 중간에 탑승한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 차량은 비슷한 거리를 주행한 다른 차량보다 20∼30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이에 신 의원을 중간에 태우느라 현장 도착이 지연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치과의사인 신 의원의 남편 역시 차량에 함께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거세지자 신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자격이 아닌 응급의료팀의 일원으로서, 의사로서 가야 현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DMAT과 같이 움직이면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게 가장 현장 수습에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은 이날 오전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위원직도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10·29 이태원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본질이 흐려지고 정쟁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저의 합류로 인해 재난대응에 불편함이 있었다면 고개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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