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겸기 침체 등으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도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네이버는 해외 진출에 방점을 찍고 커머스와 콘텐츠 분야 투자를 늘렸고, 디지털 헬스케어를 신규 성장 동력으로 삼은 카카오는 적극적으로 인재풀을 구성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성장이 점차 둔화하면서 초기 단계 유망 기업에 투자해 '미래 먹거리' 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D2SF(D2 스타트업 팩토리)는 올 한 해 총 26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신규 투자 17건, 후속 투자 9건으로 총 투자 금액은 167억원이다. 네이버는 안정적 '후속 투자'보다는 성장성에 베팅하는 '신규 투자'에 집중했다. 지난해 총 31건에 달하는 투자 건수를 고려하면 올해 투자 규모는 다소 못미치지만 투자액은 유사한 수준이다. 최근 급격히 위축된 투자 시장을 감안하면 공격적 투자를 집행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등 테크(기술) 기업 중심으로 투자한 네이버는 올해 '커머스'와 '콘텐츠'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네이버가 공개한 투자 목록을 살펴보면 브랜드 애그리게이터(성장성 있는 브랜드 등을 발굴해 가치를 높이는 사업) '뉴베슬', 패션 콘텐츠 플랫폼 '온더룩', 인공지능(AI) 마케팅 자동화 전문 기업 '유니드컴즈',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팬(Fan)', 참여형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개발 중인 '모드하우스' 등 기존 네이버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쇼핑'과 '콘텐츠' 분야가 주를 이룬다.
커머스와 콘텐츠 사업을 신규 먹거리로 삼은 네이버의 성장 전략과도 맞물려있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가 탄탄한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고 콘텐츠·커머스·클라우드 분야 등에 투자를 하고 있어서 이 부분이 신사업으로서 네이버의 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고 올해 10월엔 미국 중고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를 품었다. 대내외 양질의 콘텐츠·커머스·기업을 발판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카카오의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카카오벤처스 역시 올해 43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해 전년 대비 12건 많은 투자를 집행했다. 신규 투자는 31건으로 대부분 극초기 단계가 주를 이룬다. 투자액은 총 500억원 이상이다. 분야별로 서비스와 디지털헬스케어가 각각 16건, 이어 딥테크(고기술 기반 기업) 7곳, 게임 4곳 등이다. 카카오 역시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헬스케어 부문에스 신규 기업 발굴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카카오는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 강화하기 위해 올해 3월 사내독립법인(CIC)이었던 카카오헬스케어를 신규 법인으로 분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던 황희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대표로 영입했다. 양질의 헬스케어 투자 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이자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김치원 원장을 카카오벤처스 상무로 임명했다. 스타트업 투자와 별개로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에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몰아줄 만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스타트업 투자는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신규 투자한 AI 기반 오디오 솔루션 개발사 가우디오랩은 개발한 3차원(3D) 입체 음향 기술을 네이버 스트리밍서비스인 '나우(NOW)'에 적용해 이용자들의 콘텐츠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다.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기업 크라우드웍스의 기술 역시 네이버 클로바, 파파고, 제페토 등 약 50개 팀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역시 최근 투자한 기업 가운데 한국신용데이터, 시프트업 등이 올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두나무, 당근마켓에 이어 총 4곳이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2014년 투자한 의료 AI 기업 루닛은 올해 열악한 증시 환경에도 코스닥에 상장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장이 냉각된 현 시점에서의 투자는 합리적"이라면서 "주요 테크 기업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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