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마무리와 다음 해 준비로 바쁜 시즌이다. 노동법 분야 역시 올 한해 다사다난했다. 각종 중대재해 사고, 화물연대나 대우조선해양 등 곳곳에서 발생한 대규모 쟁의행위,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활동을 비롯한 노동개혁 출발 등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노동법 판결 중에는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이 가장 주목을 받았고 많은 사업장에 영향을 주었다. 노동법 이슈에 관한 판결은 거의 모든 사업장에 직접 영향을 주고 경우에 따라 대규모 분쟁들이 연이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목을 끈다. 2023년 주목해봐야 할 노동법 사건을 3가지 소개한다. 모두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 원청의 사용자성 사건
하청 노동조합에 대하여 원청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가 쟁점인 사건이다. 하청 노동조합의 조직대상이 되는 하청 근로자들은 원청과 근로계약을 맺은 바 없기 때문에, 원청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가 될 수 없고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도 없다. 이것이 기존의 확고한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86. 12. 23. 선고 85누856 판결 등 다수). 물론 대법원은 원청도 일정한 요건(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을 충족한 경우에 한하여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인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결(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위 판결을 두고 마치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식의 오해를 한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러한 오해로 말미암아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하는 행정처분이 몇 건 있기도 하였다.
현재 이 쟁점을 다루는 사건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고(대법원 2018다296229), 이 사건에서 1, 2심 법원은 기존 판례의 입장대로 원청의 교섭의무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와 단체교섭의무의 사용자는 다르다고 판단하였다. 법리에 입각한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다.
그러나 만약 판결에서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가 인정된다면, 사실상 입법에 가까운 것으로 우리나라 노사관계 및 교섭체계에 엄청난 파장이 미칠 것이다. 하청이 있는 사업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생길 것임은 당연하다. 여러가지 혼란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문제가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할 경우 원청도 대체근로금지 의무 위반의 주체가 되어 다른 도급사를 찾을 수 없고 사업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원청에도 노동조합이 있을 때 원청과 하청 사이에 교섭단위 및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현행법상 해결이 안된다. 여기에 원·하청 모두 복수노조 체제이고, 하청도 복수이며, 하청, 재하청이 있다면 이때의 교섭 문제는 솔로몬이 와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되고 만다.
2. 통상임금 재직자 요건 사건
통상임금의 재직자 요건 사건은 그 동안 임금 항목의 지급조건으로 ‘지급일 현재 재직중일 것’과 같은 재직자 요건이 효력이 있는지, 효력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문제되는 사건이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그 이전까지 논란이 되었던 통상임금의 요건을 정리하면서 ‘재직자 요건’이 있는 경우에는 고정성이 부정되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94643 전원합의체 판결).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어떤 통상임금이냐 아니냐의 이슈는 어느 정도 정리되었고, 많은 기업들이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제도를 정비하였다.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합의로 과거의 미지급분을 정리하면서 장래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상임금이 아님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임금 항목에 재직자 요건을 붙인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일부 하급심에서 재직자 요건이 무효라거나 재직자 요건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해당 쟁점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시 심리 중이다(대법원 2019다204876). 기업들로서는 그것만으로 당황스러운데 최근 재직자 요건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하급심 판결의 결론을 수긍하는 듯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이 선고되어(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2다252578) 이를 각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등 통상임금을 둘러싼 분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많은 기업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임금제도를 정비하였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지출을 하였으며 그에 맞춰 인건비도 예측하여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다시 판례가 바뀌면 어떻게 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판례가 바뀌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해당 판례가 10년도 지나지 않은 그야말로 잉크도 마르지 않은 전원합의체 판결이니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인 사건의 결과가 주목되고 그 결과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임금제도를 다시 뜯어고쳐야 할 수도 있다.
3.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사건
많은 기업들이 기본임금 외에 연말이나 연초에 회사 실적에 따른 경영성과급 등의 이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였고, 이러한 성과급은 경영성과의 분배로서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우므로 임금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다. 즉 근로의 대가라면 근로의 제공만 있으면 당연히 지급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제공과 무관하게 경영성과가 나지 않으면 지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임금이 아니라는 것이 기본적인 논리이다.
그러다가 몇몇 공공기관의 사건에서 공공기관의 경영성과급은 지급의무가 법정화 되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임금이라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후 사기업의 경영성과급도 임금이 아니냐는 논란이 생겼고 관련 분쟁이 많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하급심판결은 엇갈리고 있고, 현재 대법원에서 사건을 심리 중인데(대법원 2021다248725), 그 결과에 따라 이슈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사기업의 경영성과급도 임금이라고 확정되면 많은 기업들은 퇴직자들에게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게 될 것이고 그 동안 경영성과급을 많이 지급한 회사일수록 그 부담은 커질 것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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