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뒤면 일몰을 맞는 두 제도가 있다. 하나는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 주 8시간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한 근로기준법 조항이고, 다른 하나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수종사자의 과로·과속·과적을 줄여 이들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화물차운수사업법상 안전운임제다. 추가 연장근로는 근로자, 안전운임은 개인사업자 문제여서 다르긴 하다. 하지만 모두 일하는 시간,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칫 상반될 수 있는 입장을 취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30인 미만도 '일 줄이라'
작년 7월 5인 미만을 제외한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 주 52시간 근로제는 5~29인 영세 사업장에 한해 올해 말까지 ‘주 8시간 추가 연장근로’라는 예외가 허용됐다. 하지만 중소기업 인력 부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 제도마저 폐지되면 “대책이 안 선다”는 기업이 4분의 3에 달한다. 근로시간 감소로 벌이가 줄어들 근로자들도 난감하다. 중기 단체들은 600만 명의 근로자 생계가 걸렸다고 한다.
거제도 조선소 인력이 배달기사로 속속 빠져나간 것 같은 일은 이제 흔하다. 치킨가게를 접고 지입차량 택배기사로 전업하고 보니, 장사 걱정 없이 일하는 만큼 벌 수 있어 좋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 영세기업 근로자들도 이런 식으로 다른 일거리를 찾아나서기 직전이다. 어제 다소 유보적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일몰 연장 법 개정에 반대해 왔다. 주 52시간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이유에서다. 다급한 영세기업 근로자들에겐 마치 이렇게 들린다. “더 일하지 말고 쉬어라. 건강과 저녁 있는 삶이 더 소중하지 않은가. 자애로운 배려이니, 오히려 감사하라.”
민주당은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지속 요구엔 바로 화답했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법 개정안을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안전운임제는 운수종사자의 안전과 건강 증진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안전운임제는 제 역할 했나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 2년간(2020~2021년) 컨테이너 차주의 근로시간은 3.7%, 시멘트 차주 근로시간은 5.6% 줄었다. 그럼에도 컨테이너 차주는 작년 월평균 281시간, 시멘트 차주는 355시간 일했다. 국내 근로자 월평균 161시간 근로에 비해 지나치게 길다. 과적단속 건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교통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 차주의 소득은 24%, 시멘트 차주 소득은 111% 증가했다. 차주들은 안전운임제에 따른 수입 증가에만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전운임제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에서 안전운임제 연장만 주장했으니 ‘화물차주의 과로나 사고 가능성엔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또한 운수종사자에겐 ‘더 벌라’고 판을 깔아주고, 영세기업 근로자에겐 ‘더 벌지 말고 쉬라’며 다른 처방을 한 셈이다. 근로자든 개인사업자든 먼저 이들의 자율과 선택을 존중하고 제도의 목적이 달성되고 있는지 잘 따져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안전운임을 최저임금이라 여기고 자신들 이념에 충실하게 사수하려고만 한다. 거대 공당의 빈곤한 철학이 바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