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산맥 '죽음의 땅'…지하 600m까지 뚫자 '하얀 석유' 콸콸

입력 2022-12-20 17:43   수정 2022-12-21 01:31


해발 4000m 안데스산맥 기슭 고지대에 자리잡은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첫인상은 소금호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지난 12일 아르헨티나 살타시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30분을 이동해 도착한 이 염호엔 붉은 황톳빛의 메마른 땅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통상 염호는 수백m 지하에 리튬을 함유한 염수가 매장돼 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석유를 뽑아내는 것처럼 얼마나 많은 관정을 뚫고 얼마나 깊게 파내려 가느냐에 따라 더 많은 리튬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햇볕에 말려 고농도 리튬 추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볼리비아, 칠레와 인접한 ‘리튬 삼각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리튬 삼각지대엔 전 세계 리튬의 65%가량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엔 L당 평균 921㎎의 리튬이 함유돼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농도가 높은 염호다.

염호 곳곳엔 푸른 물이 찰랑거리는 폰드(pond·인공 연못)가 조성돼 있었다. 땅속에 고여 있던 염수를 뽑아 올린 후 햇볕에 말려 증발시키는 이른바 염전이다. 폰드 한 곳의 둘레만 4㎞가 넘는다. 염전이 물을 증발시켜 소금 결정을 얻어내는 것과 정반대로 폰드에선 소금 결정은 버리고 고농도 리튬이 함유된 염수를 얻는다. 폰드는 총 4단계로 나뉜다. 1단계 폰드는 땅속에서 뽑아낸 염수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소금 결정과 마그네슘, 황산 등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리튬 농도가 높아진다. 마지막 4단계에서 L당 평균 4000㎎의 리튬 농도를 확보하면 이를 토대로 인산리튬(LP)으로 만든다. 오재훈 포스코아르헨티나 DP생산기술실장은 “폰드에서 고농도 리튬을 단계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은 포스코그룹이 독자 개발했다”며 “당초 1년이 넘는 리튬 생산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산리튬은 저지대인 살타시 공장으로 옮겨져 양극재에 활용되는 수산화리튬으로 제조된다. 수산화리튬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하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삼원계 배터리에 쓰인다.
실제 매장량은 예상치의 6배
포스코그룹이 리튬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건 2010년 초반이었다. 볼리비아와 칠레에서 사업을 추진했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눈을 돌린 곳이 아르헨티나였다. 이사회로부터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사업 투자계획을 승인받은 건 2018년 8월. 당시만 하더라도 회사 안팎에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리튬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100% 실패할 것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리튬 사업을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믿음은 적중했다. 염호 인수 후 글로벌 염수리튬 전문 컨설팅 업체가 매장량을 검증한 결과 리튬 매장량은 인수 당시 추산했던 220만t의 6배인 1350만t(탄산리튬 기준)까지 늘어났다. 100~200m가량 깊이만 뚫었던 다른 업체들과 달리 포스코그룹은 관정 수도 대폭 확대하고 600m 깊이까지 파고들어 갔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우선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8억3000만달러를 들여 1단계 리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수산화리튬을 연산 2만5000t 생산할 수 있다. 이달부터는 연산 2만5000t의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2단계 리튬 공장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2단계 사업비는 10억9000만달러다. 포스코그룹은 1·2단계에 이어 2030년까지 3·4단계 증설 작업을 통해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량을 연산 10만t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염수 리튬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생산량이다.

살타(아르헨티나)=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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