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잔혹' 버리고 '우아함' 택했다…김은숙 작가의 첫 복수극

입력 2022-12-21 00:21   수정 2022-12-21 01:12



복수극은 과격하고 잔인하다. 한 맺힌 분노가 폭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더 글로리’는 다르다. 우아하고 섬세하다. 학교 폭력에 시달린 어느 여학생의 ‘핏빛’ 복수 여정은 처연하고 언뜻 아름답기까지 하다. 넷플릭스의 요즘 최대 기대작이다.

감각적인 복수극에 내로라하는 연출진과 배우들이 대거 출동했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의 히트작을 쏟아낸 김은숙 작가는 이번에 처음 장르물에 도전했다. 그는 20일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집필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고등학생 2학년인 딸이 어느 날 ‘엄마는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플까, 내가 죽도록 맞고 오면 가슴 아플까’라고 물었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순간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고 작업실에 가 컴퓨터를 켰죠.” 연출은 ‘비밀의 숲’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제작한 안길호 감독이 맡았다.

배우 송혜교는 주인공 ‘동은’으로 출연한다. 장르물은 송혜교에게도 처음인데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모습의 동은을 인상 깊게 표현하며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항상 이런 역할에 배고팠는데 드디어 만나게 됐다”고 했다.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더 글로리’는 2개의 파트로 나뉘어 8회씩 모두 16회로 구성됐다. 파트 2는 내년 3월께 공개된다. 작품은 학교 폭력으로 몸과 영혼이 부서진 동은이 오랜 시간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이야기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게 하는 전개 방식이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초반 분위기가 음울하고 무겁다.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되면서 흥미진진해진다. 회차를 거듭하며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인물들의 연대도 강화된다. 각자가 지닌 능력을 발휘해 힘을 보태고 점점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 흥미롭다. 드라마는 다양한 은유와 상징으로 복수를 그린다. 상대편이 지은 집을 조용히 무너뜨리는 바둑으로 복수를 비유하고, 색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으로 주인공을 괴롭힌 인물들의 잘못을 부각하는 식이다. 색맹은 새로운 진실을 드러내는 열쇠로 활용되기도 한다.

학교 폭력, 마약 등 자극적인 장면과 설정이 많은 것은 아쉽다. 하지만 그만큼 학교 폭력이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각인시켜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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