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재건축사업 첫 단계인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인 ‘구조 안전성’ 비중이 현행 50%에서 30%로 낮아지고,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은 지방자치단체(시·군·구)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안전진단 문턱을 확 낮춰 민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입주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전국 151만여 가구가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전망이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적정성 검토 필요)이나 ‘재건축 불가’(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아파트 단지도 완화된 규정을 적용해 평점을 다시 부여받게 된다.
기존에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적정성 검토를 준비하던 곳도 완화된 규정으로 다시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11단지 등 과거 적정성 검토에서 최종 탈락한 곳은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예비 안전진단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는 총점 구간을 줄이고, 곧바로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했다. 현행 안전진단에선 평가 항목별 점수를 합산해 총점 30점 이하(E등급)면 즉시 재건축, 30점 초과~55점 이하(D등급)는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C등급)는 재건축 불가로 판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 구간을 45점 초과~55점 이하로 축소하고, 즉각 재건축 대상을 현재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넓히기로 했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이 시행되면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을 받은 전국 46개 단지 중 35곳(즉각 재건축 12곳, 조건부 23곳)이 재건축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21곳보다 14곳 늘어난다. 안전진단 완화 방안은 이달 행정예고를 거쳐 다음달 시행될 예정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서울 양천구와 노원구 일대 초기 재건축 단지를 최대 수혜 단지로 꼽는다. 양천구에선 목동신시가지9·11단지가 2020~2021년 적정성 검토에서 차례로 탈락한 뒤 2만6629가구의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이 사실상 완전 중단된 상태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곳은 6단지가 유일하다. 노원구에선 상계주공 16개 단지 중 5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1단지와 6단지는 적정성 검토를 앞두고 있다.
목동신시가지9·11단지는 과거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각각 58.55점, 58.78점을 받았다. 본지 시뮬레이션 결과 구조 안전성 가중치가 현행 50%에서 30%로 하향되면 두 단지의 총점은 합격권(55점 이하)인 52.90점, 53.89점으로 낮아진다. 2021년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60.07점을 받았던 노원구 태릉우성도 안전진단 기준 완화 시 54.25점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업계에선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도 주택 매수 심리가 호전되거나 재건축 추진 단지가 급격히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 ‘대못 규제’가 아직 남아 있어 가시적인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목동 일대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 소식에도 ‘거래 절벽’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목동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기대가 집값에 선반영된 데다 금리 인상으로 집값 추가 조정 가능성도 있어 매수세를 자극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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