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3연임 도전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매우 존경스럽다"고 했다.
반면 라임펀드 환매 중단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이 인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요 금융사 CEO들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금융당국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원장이 거침없이 관치금융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는 "조 회장은 3연임을 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거꾸로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결정을 보면서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신한금융은 역대 최고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본인의 성과에 대한 공과 소비자 보호 실패에 대한 과에 대한 자평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거취를 양보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사모펀드 사태를 책임지고 정리하겠다"며 용퇴 의사를 밝혔다. 당초 3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조 회장 대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이 원장은 차기 신한금융 내정자인 진 행장에 대해서도 "새로 취임하게 될 회장의 능력이나 인품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심이 없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어 "신한금융에서 절차를 거쳐 여러 후배 세대를 이끌 CEO 후보를 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우 건강한 견제와 균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손 회장의 중징계와 관련해 'CEO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금융위가 수 차례 논의해서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밝힌 것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여러 번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론 난 징계"라며 "저도 금융위원회의 한 명으로서 전혀 이견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용퇴 사례와 비교하며 손 회장의 거취에 대한 압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법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목적이 이익 극대화인 시중은행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법에도 이미 제청권자와 임명권자를 금융위원장과 대통령으로 정하고 있는 이상 그 절차에 따라 임명권자가 고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BNK금융과 관련해서는 "CEO 선임 방식이 다소 폐쇄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지적을 했을 뿐이고 그룹 측에서 이를 반영해 수정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BNK금융은 경영승계 계획에 따라 내부 승계를 원칙으로 했으나 회장 선임 절차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외부인사 영입으로 규정을 바꿨다.
그는 "전임 회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특정 대학·고등학교 등의 파벌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해 외부 인사를 모시겠다고 자체적으로 결정했던 거고, 이 과정에서 정부나 금융당국이 어떠한 의사를 전달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롱리스트에 있는 후보 중 오래된 인사라던가 정치적 편향성이 있거나, 과거 다른 금융기관에서 문제를 일으켜 논란이 됐던 인사가 포함돼 있다면 그런 것들은 사외이사들이 알아서 걸러주지 않을까 한다"고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사실상 차기 회장 및 은행장 인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한 이 원장의 발언으로 볼때 관료 출신 행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며 "BNK금융도 지연과 학연에 대한 비판을 감안하면 외부출신이 와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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