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역 완화 후 코로나19 감염 급증세를 보이는 중국에서 약품 품귀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약을 구매해 복용한 사람이 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해열제'라고 적힌 지퍼백에 담긴 약이 5위안(약 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설명서도 없는 흰 박스를 해열제라고 판매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몸이 쑤시고 고열이 나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다행히 이부프로펜 등 약을 살 수 있었다. 다만 상자는 순백색이고 주의사항이나 설명서 등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며 관련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부프로펜은 대표적인 해열·소염·진통제다.
중국에서 해열제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약 가격이 폭등하는 등 여파로 이러한 혼란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서) 이부프로펜의 수요 급증에 따라 가격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본 다른 누리꾼들은 "이거 먹고 더 잘못되면 어떡하냐", "무섭다. 이건 약품관리법을 위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살 수만 있다면 그게 어디냐.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도 이런 것조차 구할 수 없다"는 댓글도 달렸다.
최근 중국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NYT는 "중국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고 무계획적으로 (코로나19 정책) 방향을 전환했는지 보여준다"며 "약 부족 사태는 중국인들의 분노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의 한 공립병원 의사는 NYT에 "정부가 감기 및 독감 치료제 판매를 엄격히 통제해 왔기 때문에 '제로 코로나' 해제 전부터 해열제 재고가 부족했다"며 "두 달 정도 기간을 두고 완화하면서 준비하고 봉쇄를 풀었다면 이러한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전날 "전국에서 의료 자원이 가장 많이 집중된 베이징에서조차 병원은 만실이고 해열제는 동났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했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전날 브리핑에서 "최근 3개월 동안 국내에서 BF.7, BQ.1, XBB 등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됐다"면서 "현재 중국은 BA.5.2와 BF.7이 주종이지만 신종 변이들이 점차 증가해 지배 변이가 순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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