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미국 워싱턴을 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면담한 뒤 미 의회 연설에 나선다.
20일(현지시간)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워싱턴을 방문하기로 했다.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이날 밤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일정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20일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수요일(21일) 밤 세션에 직접 와달라”며 “민주주의에 매우 특별한 초점을 맞춘 자리에 참석해달라”고 언급했다. 백악관은 방문 여부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CNN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미 워싱턴으로 이동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2월 19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뒤 줄곧 우크라이나에 머물렀다. 그간 정상 간 만남은 화상통화나 다른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에 방문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보안 문제로 인해 방문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두고 씨름 중인 미 의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젤렌스키의 방문 일정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450억달러(약 57조8400억원) 규모 지원이 포함된 예산안의 통과 여부를 미 의회가 표결하는 시점과 겹친다. 이 예산안은 이미 양당 합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 하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내년 1월 하원의장직 선출이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식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방미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계획을 추가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포함해 18억달러 규모(약 2조3100억원) 안보 지원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20일 보도했다. 이 계획이 확정되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독일 그라펜보어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미사일 운용 훈련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일 세계은행도 우크라이나의 구호·복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6억1000만달러(약 7800억원) 규모 추가 금융 지원안을 승인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보건, 중요 에너지 인프라, 운송망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계속해서 경제와 인권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외교전 성과를 내는 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이미 방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16일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구역을 방문했다”고 20일 밝혔다. 다만 이 방문 구역이 우크라이나 내에 있는 지역인지, 러시아 내 군사시설을 가리키는지 그 의미는 불확실하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작전 개시 이후 최근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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