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사진)이 이달부터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높은 위험 지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국 모든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 발생 추이를 점검한다. 예를 들어 60대 이상 투자자의 초고위험(1등급) 펀드 가입 비율이 늘어난 영업점은 내부통제시스템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 영업점과 은행 소비자보호부에 경보를 전달한다. 이상 징후에 대한 점검 결과와 개선 이행 여부도 해당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를 위해 ‘대면 상품판매 녹취분석시스템(가칭 완판알리미)’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실시간으로 녹취 내용을 분석하고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내년 초 본격 적용을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제11회 금융소비자보호대상에서 종합대상(금융위원장상)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상품 내용을 숙지한 직원만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꾸고 전산시스템 구축까지 완료했다. 펀드상품을 판매할 때 ‘펀드투자권유자문인력’ 등 자격증 보유 여부만 확인하던 기존 지침을 개선해 자격증 보유 여부는 물론 펀드 상품교육 이수 여부까지 모두 점검한다. 총 51개 금융상품 교육과정에 대한 직원별 수료 이력을 교육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243억원(2561건)의 고객 자산도 보호했다. 우선 오픈뱅킹 모니터링 모형을 신설해 고령자가 오픈뱅킹 등록 후 12시간 이내에 거래를 시도할 경우 피해 발생 가능성을 검토해 차단한다. 전체 대포통장 거래 내역을 분석해 거래 특이점과 거래 건수 등의 요건을 바탕으로 위험도를 산출해 의심 거래를 막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1만6000여 명의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금융소비자보호 교육을 시행해 95% 이상의 수료율을 기록할 만큼 전사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접근성 개선 노력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6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친근한 호칭과 쉬운 용어를 사용해 느림말로 예금과 대출, 인터넷뱅킹 등 금융상담을 제공하는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농촌 어르신과 독거 어르신에게 상담사가 매주 전화를 걸어 말벗이 돼드리는 ‘말벗서비스’는 사회공헌활동으로도 자리잡았다. 장애고객을 위한 수어상담 서비스와 점자 신용카드 등도 제공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소비자들이 복잡한 금융상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NH위드토크’도 도입했다. 금융상담 자료를 시각화해 기존 계산기나 종이 대신 전자창구(PPR) 시스템을 통해 직원과 고객이 함께 화면을 보며 상담할 수 있는 도구다. 기존 언어 중심의 상담에서 벗어나 시청각 자료를 뒷받침해 고객들로부터 금융상품 이해도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수경 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문 부행장은 “불완전판매와 보이스피싱 등 금융거래상 위험으로부터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차단하는 ‘완판알리미’를 시행하는 등 금융소비자보호 선도은행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