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도 ‘코딩 부트캠프(단기교육 과정)’를 찾는 예비 개발자가 증가하고 있다. 코딩 부트캠프는 일반적으로 비전공자의 ‘커리어 전환’ 과정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취업을 앞둔 예비 공학도가 실무 교육을 위해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부트캠프 ‘우아한테크코스’는 올해 전공자와 비전공자 지원 비율이 8 대 2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우아한테크코스 리쿠르팅 행사에서 만난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은 “업체가 요구하는 역량과 대학 전공 지식 간 괴리가 적지 않다”며 “산·학 사이 벌어진 간극을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컴퓨터공학 커리큘럼은 5대 핵심과목(자료구조·데이터베이스·운영체제·컴퓨터구조·알고리즘)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나 임베디드(내장형 시스템) 개발을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엔 별도 프로젝트성 수업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뼈대는 그대로다. 하지만 학생들이 선망하는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는 사용자화면을 구성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나 서버를 관리하는 백엔드 개발자가 대다수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학계 일부에선 웹·앱 프로그래밍은 난도가 낮은 기술로 인식되기 때문에 일선 대학이 이를 중점적으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각차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학문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당장 취업이 눈앞에 닥친 학생의 마음은 급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부 과정을 ‘마트 시식코너’에 비유했다. “너무 방대한 지식을 얕게 가르치다 보니 졸업장을 갖고도 취업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오성원 씨는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웠던 ‘개발 문화’를 체득한 게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은 누군가의 코드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이른바 ‘오픈소스’가 프로그래밍의 중추인 이유다. 코드를 공유하고, 다른 개발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꾸리고 싶어 하는 문화다. 오씨는 “대학 과제는 제출만이 목적이라 코드 공유는 당연히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트캠프 책임자인 박재성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최근 IT 산업계에선 개발자를 채용할 때 서비스를 만들어 3년이고 5년이고 유지와 보수를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작하고 있는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담거나 전임자의 코드를 받아 최적화하는 능력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대학은 현장 기업과의 교류를 크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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