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재판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피고인의 재판시효를 정지시키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형사소송법 249조 2항은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범죄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2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개정된 2007년 12월 21일 이전에 기소된 사람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현재 수사받고 있거나 재판에서 형이 확정된 사람이 해외로 도피하면 공소시효나 형 집행시효가 정지된다는 규정은 있지만 재판받는 사람이 해외로 달아났을 때 시효를 정지하는 규정은 없다.
이런 이유로 피고인이 재판받다가 도망치는 일이 적지 않다. 얼마 전엔 장기 도피에 성공한 피고인이 처벌을 피한 사례도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9월 29일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997년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면소(기소 면제) 판결을 내렸다. 이 피고인은 기소된 직후 해외로 도망친 뒤 2020년까지 귀국하지 않았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1조67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라임자산운용 사기 사건으로 재판받다가 최근 도주한 김 전 회장이 수십 년간 해외에 몸을 숨긴다 해도 처벌받을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 그는 지난달 11일 횡령 혐의 등에 관한 결심 공판을 앞두고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손목에 차고 있던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 도피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재판은 거듭 연기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김 전 회장 등의 재판을 내년 1월 12일로 변경했다. 재판일 변경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범죄자들이 해외에서 아무리 오래 도피 생활을 하더라도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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