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 세제·대출 규제를 풀기로 한 건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다. 올 들어 집값이 급락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가계부채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에 각종 세제, 대출 규제로 주택 매입 수요는 급감한 상태다. 정부는 규제를 일부 풀어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는 게 세입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 정부의 ‘징벌적 부동산세’를 되돌린 조치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45%였던 1년 미만 단기 양도세율을 지난해 6월 77%로 32%포인트 높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기 양도세율을 과도하게 높인 조치를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내년 7월께 발표할 2023년 세제개편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고, 2024년부터 완화된 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내년 5월 9일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특례는 1년 더 연장해 2024년 5월까지 적용한다. 다주택자 중과세율은 기본세율에 30%포인트를 더 물리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10%포인트였던 중과세율은 이후 20%포인트, 30%포인트로 계속 높아졌다. 중과세율이 적용되면 다주택자의 최고 세율은 82.5%까지 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5월 9일까지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기로 했었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해제된다. 다주택자더라도 담보인정비율(LTV) 3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 규제도 완화된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임차보증금 반환 주담대를 받을 경우 대출 후 3개월 이내 전입해야 하는 의무는 폐지된다. 15억원 초과 주택의 임차보증금 반환 주담대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 2억원도 폐지된다.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에게 적용되는 LTV 상한 50%는 시장 상황과 가계부채 여건을 지켜본 뒤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소득 대비 40%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당분간 손대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는 또 실거주 및 전매제한 규제를 5년 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내년 초 발표할 계획이다. 규제지역 추가 해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조정방안도 추후 내놓기로 했다.
내년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45%보다 더 낮출 방침이다. 2024년 이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조정방안은 내년 하반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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