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시작도 전에…'조건' 내건 공무원노조

입력 2022-12-21 17:39   수정 2022-12-22 01:39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공무원노동조합연맹 등 공무원 노조가 “직역연금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연금특위는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를 통해 이달 말까지 개혁 방향과 범위를 정하고 내년 1월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아직 논의가 구체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공무원연금은 논의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밥그릇 챙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직역연금연대’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공무원연금 대타협 당시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직역연금 논의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총과 공무원노동조합연맹, 교사노동조합연맹,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직역연금연대는 이날 연금특위 민간자문위도 항의 방문해 직역연금 논의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용하·김연명 공동민간자문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2015년 당시 공무원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늦춰짐에 따라 노후소득 공백 해소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며 “올해부터 연금 없는 퇴직 공무원이 발생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으로 ‘더 내고, 덜 받고, 더 오래 내고, 늦게 받는’ 고통 분담을 모두 감내했다. 더 손 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직역연금연대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2015년 합의사항 이행 방안 제시 및 퇴직공무원 연금소득 공백 해소 방안 마련 △이해당사자들의 범사회적 대타협기구 즉각적인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120만 공무원과 50만 교원이 유례없는 대단결·대투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만성 적자’인 직역연금 재정 문제가 국민연금보다 훨씬 더 시급한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을 빼놓고 개혁을 논한다면 ‘무늬만 개혁’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문위가 공적연금 개혁 방향과 범위를 확정하기도 전에 이해집단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38조2000억원인 4대 공적연금 재정수지는 2040년께 적자로 전환한 뒤, 2070년 적자 규모가 242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연금 적자 규모가 211조원으로 가장 크고, 공무원연금(19조3000억원), 사학연금(7조2000억원), 군인연금(5조2000억원) 순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재정 문제는 2057년 이후인 ‘미래형’이지만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기금은 이미 수십 년째 적자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평가다. 예정처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국가 예산이 지난해 수급자 1인당 월 46만원에서 2040년 87만원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특위 민간자문위원인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시급한 직역연금을 빼놓고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연금 수익비(총보험료 대비 연금 급여 총액 비율) 등을 국민연금과 맞췄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등을 손본다면 공무원연금 조정 역시 당연하다는 지적도 피하기 힘들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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