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1일 '2023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여러 내용 중 부동산 관련 정책이 단연 관심을 끕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서일 겁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한 마디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정책방향을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인 과세·규제 체계를 최소한 5년 전 수준으로 대거 복원시킬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부동산세를 깎아주는 내용이 많이 담겼는데 집값 상승이나 투기를 부추길 우려는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또 "최근 서울 등의 집값 하락 속도가 굉장히 빨라 경제, 금융, 가계 곳곳에 부담 요인이 되고 부동산 경착륙이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 부동산 급등기에 투기 억제를 위해 과도하게 조였던 규제를 과감히 풀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현실 인식이 어떻고 앞으로 정책방향을 어떨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선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 이상자나 법인의 취득세율이 기존 12%에서 6%로 낮춰집니다. 규제 지역 내 2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는 없어지고, 주택 가액에 따라 1~3%의 일반세율이 부과됩니다. 비규제지역에서 3주택자의 취득세율이 현재 8%에서 4%로, 법인 및 4주택 이상자의 취득세율은 12%에서 6%로 각각 내려갑니다.
취득세율 인하는 지방세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21일부터 소급 적용하는 강공책을 펼칩니다. 정부가 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하되 취득세율 인하 시점은 정책 발표일인 21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7월께 세법 개정을 통해 관련 과세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양도세 중과 규정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년 미만 단기간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때 세율이 현재 70%에서 45%로 내려갑니다. 분양권도 1년 미만 보유 후 양도 시 세금이 45%로 같습니다.
1년 이상∼2년 미만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는 사람은 현재 60%의 단일 중과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기본세율(6∼45%)로 세금을 내면 됩니다. 분양권을 1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중과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주택이나 분양권을 1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에 약간의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다.
기존 보유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 규제도 폐지합니다. 9억원 초과 주택의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3개월 이내 해당 주택에 전입해야 하는 의무가 폐지되고, 현재 2억원인 생활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폐지됩니다. 이들 대출에 대한 LTV 규제는 신규 주택 구매 때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등록임대 사업자에 대해서는 규제지역 내 LTV 상한을 일반 다주택자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 중과를 폐지하고 대출 금지 규제도 풀어 얼어붙은 부동산시장 수요를 되살리겠다는 차원입니다.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힘든 역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합니다.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에게 적용되는 LTV 규제의 추가 완화는 시장 상황 및 가계부채 여건을 봐가면서 추진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 포함)의 LTV를 50%로 일괄 적용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습니다. 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보금자리론을 하나로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세부 방안을 확정 후 내년 1분기 중 출시할 예정입니다.
다만 업계에서 요구해 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40%) 완화는 정책 방향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DSR 규제 유지로 LTV 규제 완화에 따른 대출 한도 증가 폭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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