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이 수사 무마 의혹' 양현석, 1심서 무죄…"재판부 존경"

입력 2022-12-22 12:11   수정 2022-12-22 12:12


소속 가수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제보자를 협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전 총괄 프로듀서(대표)가 1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구체적·직접적 해악을 고지해 협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제보한 가수 연습생 출신 A씨의 진술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사실에 주목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8월께 양 전 대표가 "너 연예계에서 뜨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그러나 공익신고 후인 2019년 9월에는 '어차피 연예계에 있을 것 같은데, 너 하나 죽이는 건 너무 쉽다, 일도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019년 10월에는 양 전 대표가 '화류계에서도 죽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을 추가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기억이 점차 흐려지는 게 일반적인데, 반대로 피해자는 시일이 지나고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구체적이고 상세한 진술을 하고 있다"며 "수사 단계에서 경찰이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피해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암시를 줘서, (피해 진술을) 왜곡·강화한 게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또 A씨가 양 전 대표의 협박으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으나, 같은 해 10월 다른 YG 소속 가수와 마약류를 흡연했고 진술을 번복한 대가로 금전을 요구한 것도 A씨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현석 피고인이 소속 가수의 형사 사건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게 하고자 피해자를 설득·압박하는 언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사법 기능을 침해해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라고 꼬집었다.

양 전 대표는 선고를 마친 뒤 취재진에 "재판부 판결에 존경을 표한다.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양 전 대표는 2016년 8월 마약 혐의로 체포된 연습생 출신 A씨가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BI·김한빈)의 마약 구매 혐의를 진술하자 수사를 무마하려 A씨를 회유하고 협박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로 기소됐다.

법정에서 A씨는 양 전 대표가 비아이에게 불리한 진술을 번복하라고 종용하면서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양 전 대표는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비아이는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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