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14분, 포켓몬 5분, 메종 마르지엘라 8초.
콜라보(협업) 형태의 갤럭시 '스페셜 에디션(특별판)' 완판에 소요된 시간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에 스페셜 에디션을 잇따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희소성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어필하는 요인으로 자리잡은 만큼 유명 브랜드와 손잡은 한정판 마케팅이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손잡고 출시한 갤럭시Z폴드4·버즈2 프로 '원신' 스페셜 에디션은 판매 시작 14분 만에 준비한 모든 수량이 동이 났다.
삼성전자는 폴드4 에디션 100대, 버즈2 프로 에디션 200대를 준비했다. 폴드4 에디션은 기존 모델(211만9700원)보다 26만8300원, 버즈2 프로 에디션은 일반 제품(27만9000원)보다 5만원 더 비쌌다. 하지만 원신 인기 캐릭터 '감우'를 내세운 한정판 모델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앞서 판매된 갤럭시Z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8초 만에 완판됐다. 준비한 물량 100대가 눈 깜짝할 사이에 팔려나갔다. 중국에서도 온라인 쇼핑몰 판매 개시 후 10초 만에 품절되는 기록을 썼다.
기존 모델 가격보다 85만원가량 더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를 입은 갤럭시에 열광했다.
삼성전자는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토트넘)에게 이 제품을 선물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손흥민 선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에디션 사진을 올리면서 '8초 완판폰'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을 적시에 선택한다는 점도 스페셜 에디션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레트로 열풍 속에서 일찍이 품절 대란을 빚은 '포켓몬'과의 협업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전자가 올 4월 선보인 '갤럭시Z플립3 포켓몬 에디션'은 5분 만에, '갤럭시 버즈2 포켓몬 몬스터볼 커버 패키지'는 8분 만에 완판됐다. 값비싼 명품 브랜드가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스페셜 에디션 '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스페셜 에디션이 지니는 희소가치에 실사용보다는 투자용 '리셀(되팔이)'가 많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과 인기에 웃돈을 붙여 재판매할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의도치 않은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
스페셜 에디션의 시초 격인 '갤럭시Z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은 2020년 2월 발매 당시 사전예약 단계부터 되팔이가 성행했다.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같은해 '갤럭시Z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 추첨에는 23만명이 몰렸고, 지난해 8월 출시한 'Z폴드3·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에는 46만명이 추첨에 참여했다. 특히 판매가가 400만원에 육박했던 폴드3 톰브라운 에디션은 150만원 안팎에 달하는 웃돈에 거래돼 '로또폰'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유명 브랜드와 협력한 스페셜 에디션 출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폰 대중화와 더불어 스마트폰 고급화 전략이 필요한 삼성전자로선 스페셜 에디션은 소비자의 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성세대보다 갤럭시 선호도가 낮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스페셜 에디션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성공적 마케팅으로 평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 에디션은 1020 세대에서 인기를 끌었고, 톰브라운이나 메종 마르지엘라는 2030 세대의 주문이 많았다"며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젊은층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폴더블폰 중심으로 스페셜 에디션이 꾸준히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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