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예산안 원칙 지켜라"…여야 협상 성탄절 넘기나

입력 2022-12-22 15:32   수정 2022-12-22 17:17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 참모와 내각에 “정부가 처음 정한 원칙은 물러서지 말고 끝까지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여야가 밀실에서 정부 예산을 증·감액하면서 지역구 예산을 나눠 갖는 관행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제시한 협상 기한(23일)에 얽매이지 않고 정부 측 입장을 반영시키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윤 대통령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을 여야가 밀실에서 협상하는 과정에 지역구 예산을 적당히 나눠 갖는 관행에 대해 문제가 크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정치권의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협상하라는 주문을 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회가 감액하고 증액하는 과정에 유력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관행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은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정부 예산안에 정부의 철학과 색깔이 분명하게 반영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철학과 가치가 맞지 않는 정책이 새 정부 예산안에 담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입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예산안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예산안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국회의장이 제시한 협상 시한에 구애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김 의장이 협상 마지노선 기한으로 제시한 23일까지 예산안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정치권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김 의장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도 접촉해 협상을 마무리하라는 촉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 의장이 “여야를 중재하는 국회의장의 역할보다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품고 있다.

현재 예산안 관련 남은 쟁점은 정부가 제출한 639조원 예산을 감액·증액하면서 세부 내용을 최종 조정하는 부분이다. 감액 부문의 경우 총액은 협상을 할 수 있는 범위 내로 들어왔지만,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예산 감액을 놓고 정부와 야당이 대치하고 있다.

증액 협상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도하는 지역화폐 예산이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정부 원안에 한 푼도 없었던 7000억원을 증액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협상 과정에 규모가 5000억원까지 줄긴 했지만,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맞지 않는 예산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역화폐의 10% 할인은 사실상 현금을 나눠주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자금을 매칭하는 과정에 재정 형편이 좋은 일부 지자체 주민들이 더 혜택을 받는 부작용도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총 5억원에 불과한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도 조건없이 정부 원안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민주당이 자체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낮다고보고 있다. 헌법(57조)에 따라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 없어 예산안 증·감액 과정에 들어가던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거의 대부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당이 600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후 오류가 나타나면 이에 따른 역풍을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예산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준예산이 편성되는 것도 부담이다.
좌동욱/도병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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