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85㎡(전용면적) 이하 아파트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지난 21일 부동산업계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복원한다는 방침에도 호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임대사업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0년간 임대사업자로 묶여 있는 사이 정책이 바뀌면 피해를 보는 것은 임대사업자뿐”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임대사업자 제도를 극과 극으로 바꿔버린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평가다.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 같은 정권 내에서도 임대사업자 정책이 오락가락한 결과 혜택을 늘리겠다는 발표에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임대사업자 관련 제도 변천을 보면 임대인들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 민간 임대사업자를 적극 육성하려고 했다. 2017년 8월 단기임대에 대해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배제가 한시적으로 도입됐고, 그해 말 8년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정부 말을 믿은 다수의 임대인은 이 무렵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자 정부의 말은 180도 바뀌었다. 2018년 9·13 대책에서 조정지역 주택의 세제 혜택을 박탈하더니 2020년에는 아파트 임대등록을 막고 4년 단기 임대사업자 제도도 폐지했다. 불과 1~2년 전 정부의 말을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은 세제 혜택 박탈로 큰 피해를 봤다. 작년에는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반발이 커지자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같은 일을 겪고 난 부동산 소유주들이 다시 정부 말을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를 꺼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금은 혜택을 늘린다고 했지만 언제든 이를 번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훼손된 정책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여당과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 정부 내에서는 물론 정권이 바뀌어도 제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야당과의 합의를 어떤 식으로든 이끌어내야 한다. 임대인들에게 정책 번복의 트라우마를 안긴 야당은 책임감을 갖고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 조령모개식 부동산 정책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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