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말까지 불황"…메모리반도체 '적자 신음'

입력 2022-12-22 17:27   수정 2022-12-23 01:52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불어닥친 한파가 점점 매서워지고 있다. 지난 9~11월 적자를 낸 미국 마이크론이 22일 직원 10% 감원을 전격 선언했다. 4분기 적자가 유력한 SK하이닉스는 최근 본격적인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내년 2분기가 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마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계에선 “불황이 내년 상반기를 넘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마이크론 6년 만의 분기 손실

마이크론은 이날 2023회계연도 1분기(2022년 9~11월)에 매출 40억9000만달러, 영업손실 2억9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D램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세계 5위 업체다. 마이크론이 분기 영업손실을 낸 건 2016회계연도 3분기(2016년 3~5월) 이후 약 6년3개월 만이다.

마이크론은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 2023회계연도 2분기엔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수요와 공급의 현격한 불일치로 내년 내내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암울한 경영 환경을 반영해 내년에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직원의 10%(4800명)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10년 만에 적자 유력
서버, 스마트폰, PC 수요 감소로 빙하기에 접어든 반도체 업황은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을 동시에 타격하고 있다. 세계 2위 D램·낸드플래시 업체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036억원’이다. 일부 증권사는 1조~2조원대 영업적자를 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3분기 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10년 넘게 적자를 보지 않았다.

불황이 본격화하자 SK하이닉스는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전날 회사는 사내 인트라넷에 임원·팀장(리더)의 복리후생비와 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을 30~50% 감축한다고 공지했다. SK하이닉스는 “직원들의 성장·복지 예산은 기존대로 유지할 방침”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반도체업계에선 “본격적인 ‘긴축 경영’에 들어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열린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 대비 50%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움직임 주목
자연스럽게 관심은 업계 1위 삼성전자로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메모리반도체 감산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계획된 투자를 이어갈 것”이란 입장도 재확인했다. 생산성이 경쟁사 대비 20~30% 정도 높고 현금 동원력도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D램·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도 내년 2분기엔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내년엔 감산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손실을 감수하면서 생산을 줄이지 않는 ‘치킨 게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미 삼성전자가 설비 효율화 작업과 라인 전환 등을 통해 자연적인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 바뀐 건 없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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