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모인 군인들은 고작 열여덟에서 스물한두 살의 어린애였다. 지미 크로스 중위는 마사의 편지를, 노먼 보커는 일기장을, 무전병인 미첼 샌더스는 요요를, 랫 카일리는 만화책을 가지고 다녔다. 사람들이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기억할 무렵 작가와 같은 이름의 소설 속 팀은 아홉 살이 된 딸에게 사람을 죽인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물론 그런 적 없지”라고 대답한다. 그 말은 절대적으로 옳다. 현실의 팀은 ‘고통 속의 나’와 분리된 이야기를 거듭 쓰면서 삶을 버틴다. 삶은 계속된 말하기를 통해 진실로 나아간다.
소설가 박유경(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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