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기가팩토리 모시자"…광역지자체 17곳 모두 뛰어들었다

입력 2022-12-22 17:44   수정 2022-12-30 18:40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17곳이 한국에 생산기지 건설 가능성을 내비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유치전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테슬라 공장이 국내 산업과 고용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각 지자체가 제출한 후보 지역을 추려 연내 테슬라 측에 전달하고, 본격적인 투자 유치전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의 유치 경쟁국으로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꼽힌다.
‘다시 안 올 기회’ 지자체 적극 구애

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모든 지자체로부터 테슬라 공장 건설이 가능한 입지 신청을 받고 후보 지역 취합을 완료했다. 산업부 요청에 따라 전국 17개 광역 시·도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산업부는 이들 지자체의 입지 조건을 선별해 목록을 작성한 뒤 연내 테슬라 측에 후보군을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지자체와 협업해 테슬라를 대상으로 일종의 ‘세일즈’ 활동을 하는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테슬라가 기존에 파악한 몇 개 입지가 있지만, 이보다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알려 테슬라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는 조치”라며 “기존에 생각도 못했던 경쟁력 있는 부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중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망을 갖춘 한국이 아시아의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테슬라 투자가 가시화되면 다른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지자체로선 테슬라 공장 유치가 지역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다. 앞서 강릉, 대구, 포항 등 개별 지자체가 공식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정부 요청을 계기로 모든 광역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든 배경이다.

각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강점을 홍보하고 있다. 강릉은 항만이 가까운 데다 전기 공급량도 충분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포항은 포스코 공장, 에코프로 등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자리 잡아 유리하다는 주장을 폈다. 대구는 테슬라 밸류체인에 속한 배터리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가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공장 지을 부지가 마땅치 않은 서울까지 나서 테슬라 한국 본사, 스페이스X 관련 시설, 연구개발(R&D)센터 등을 희망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 vs “립서비스” 팽팽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테슬라 한국 공장’이 진짜로 들어설 수 있느냐는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다. 우선 테슬라의 추가 공장 건설 필요성은 낮지 않다는 평가다. 작년 93만 대를 생산한 테슬라는 2030년까지 2000만 대로 생산량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전기차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상하이 공장이 있지만 이곳은 현지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성격이 강하다. 잠재력이 큰 아시아 전기차시장을 위한 생산기지가 필요한 마당에 배터리 등 공급망과 FTA를 갖춘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테슬라가 전기차 기가팩토리뿐 아니라 스페이스X, 스타링크 등 관련 사업을 아시아에 한 번에 진출시킨다면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면담에서 “한국이 아시아 기가팩토리의 최우선 후보 지역”이라고 언급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자동차시장의 연간 신차 판매량이 169만5000대(올해 전망치)에 불과한 데다 비싼 인건비와 강성 노조는 유치에 큰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강력한 경쟁 지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는 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머스크 CEO는 윤 대통령에 앞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수차례 회동했고, 지난 8월엔 50억달러 규모 니켈 공급 계약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표 이후 테슬라가 멕시코에 먼저 공장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 투자가 단기간 내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규/이지훈/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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