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집값이 빠르게 내리고 있다. 높은 금리에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잠실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족쇄'를 달고 있다보니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전셋값이 급락하고 있는 점도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대단지인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22일 16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신고가 22억2400만원보다 5억6400만원 하락했다.
다른 면적대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 단지 전용 110㎡는 지난 10월 26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직전 거래 29억원(5월)보다 2억8000만원 떨어졌다. 전용 130㎡도 지난 9월 30억8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 34억8000만원(2021년 9월)보다 4억원 급락했다.
마찬가지 가락동 '래미안파크팰리스' 전용 114㎡는 지난달 15억9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 20억원(5월)보다 4억1000만원 급락했다. 지난 2월엔 이 단지 전용 59㎡가 14억9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는데 직전 거래인 15억7000만원(2021년 3월)보다 8000만원이 내렸다.
심지어 '헬리오시티' 전용 84㎡ 매물이 최근 15억7000만원에 나오면서 일대 시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가락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용 84㎡에서 16억원을 밑도는 매물이 나오면서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현재는 잠깐 매물이 거둬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요즘 금리가 높아 거래가 안 된다고는 하지만 '헬리오시티'는 대단지다 보니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잠실동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 전용 82㎡는 지난 3일 22억76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인 26억7600만원(9월)보다 4억원, 올해 최고가인 30억6400만원(6월)에 비해서는 7억7000만원 급락했다.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난달 19억원에, '리센츠' 전용 84㎡는 같은 달 19억7500만원, '트리지움' 전용 84㎡는 17억9000만원에 각각 손바뀜하면서 20억원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잠실동은 2020년 6월부터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여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대지 지분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살 때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집을 사면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해서 전·월세를 놓을 수도 없다.
잠실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실거주가 아니면 찾는 실수요자들이 드문 게 사실"이라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 잠실동 집값 하락이 가파른 것"이라고 했다.
전셋값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점도 송파구 집값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어려워 수요가 유입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가락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송파구엔 갭투자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헬리오시티'의 경우 10명 중 6명이 갭투자로 매수했단 얘기도 있었다"며 "전셋값 하락으로 갭투자가 어려워지다 보니 매매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최근 1년 신저가(하락액 기준)를 기록한 단지 상위 10곳 가운데 3곳이 송파구에 있었다.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와 '래미안파크팰리스', 잠실동에 있는 '주공아파트 5단지'다. 이들 단지는 직전 거래 가격보다 4억원 안팎으로 내렸다.
송파구 집값은 한강 이남 지역(11개 자치구) 가운데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올해 송파구 집값은 7.55% 하락해 지난해 상승분 8.94%를 대부분 반납했다. 12월 셋째 주(19일) 기준 송파구 집값은 전주 대비 0.75% 내려 강남권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전셋값은 올해 들어 10.95% 하락해 작년 상승분(5.67%) 이상 하락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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